Serotonin Paper

세로토닌의 생각 조각들과 기록들 (2007 - 2012)

박병상 선생님과의 편지

by 세로토닌 | 2012년 3월 31일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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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천 공동위원장 진달래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실례지만 혹시 제 진로에 대해서 상담을 요청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제가 검색을 하다가 선생님께서 '도시생태연구소'에서 일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전공은 수학으로 환경과 관련이 전혀 없는데요, 학부 동안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 졸업을 하면 환경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공부를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망도 밝고 제 적성에도 이 쪽이 맞는 것 같아서요.

구체적으로는 (제가 아직 지식이 미천해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냉난방비가 많이 드는 콘크리트 건물을 보완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던지, 건물에서 나오는 분뇨를 모아 그 건물 혹은 인근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사이클을 만든다던지 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부를 하려면 어떤 곳에 가서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까요? 저희 학교에 환경대학원이 있고 도시계획전공과 환경관리 전공이 있구요, 농대에는 생태조경이라는 전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 어떤 곳으로 가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문의를 드립니다. 또한 혹시 제가 생각한 것이 아니더라도 추천하고 싶으신 공부나 일이 있는지요?

시간 나실 때 답장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진달래 씨~ 

학생이니, 녹색당의 직책보다 그냥 '씨' 하는 게 더 낫겠다 싶어요. ~'님'은 내가 싫군요. ~'상' 하는 일본식 같아서요. 

저는 대학에 당장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달래 씨가 학문으로 접근한다면 모를까. 현장에서 보람과 재미로 그리고 감동으로 행동하려면 굳이 대학에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녹색당 활동하기 전부터 진달래 씨는 제게 이야기한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했으므로 녹색당에 몸이 기울었겠지요. 

현장에서 부딪혀보며 배우고, 더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 보이면 그때 이론이든, 실천이든, 행동이든, 더 배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달래 씨와 마음이 잘 맞는 이가 그때 꼭 옆에 있을 겁니다. 그가 건축을 한 이든, 그냥 목수든, 같은 고민을 하는 운동가든 관계가 없을 거예요. 책이든 현장이든, 우리나라든 아니든, 함께 공부하면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의 가능성은 아주 크니까요.

제 주변에 철학을 전공하러 대학에 들어갔지만 민주화운동에 필요한 만화만 그리며 최루탄 가스가 가득한 교정을 이리저리 뛰던 이가 있는데, 그는 누구보다 훌륭한 환경 만화가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진달래 씨가 고민하는 일에 능동적으로 다서서는 행동가가 되어 있어요. 농사도 지을 뿐 아니라 자기 집을 스스로 지었을 정돕니다. 그런 일로 자긍심이 충만한 삶을 살지요. 그와 같이 일하고 싶은 이가 지금 많아요.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의 생태주거단지, 우리나라에도 시도하는 에너지제로 하우스, 사람의 분뇨로 훌륭한 비료를 만들어 농사짓는 미국인, 돼지 분뇨로 만든 가스로 난방과 전기를 만드는 사람들, 태양광과 지열과 나무 팰릿과 축산분뇨로 에너지 자급 마을을 만들려는 독일인... 예는 무궁무진한데, 분명한 건, 대학보다 현장에서 부푼 의지, 신념이 동력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때 필요한 이론과 기술은 나중에 전문가들이 보탰을 테죠.

제가 아는 일본의 아주 훌륭한 사회학자는 대학 졸업 후 17년 간 시민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대학원에 들어가 경험으로 느끼고 배운 바를 정리하면서 대학 교수가 되었지요. 겸손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이의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반대로 연구소와 대학을 뿌리치고 나와 현장에서 나머지 평생을 바치며 세상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반핵운동가도 있지요. 아마 진달래 씨도 잘 알 다카기 진자부로입니다.

저는 진달래 씨의 고민을 듣고 기분이 좋을 뿐 아니라 가슴이 벅찹니다. 이 땅에 그런 생각을 하는 젊은이와 알게 되었다는 게 기쁘고, 녹색당을 중심으로 앞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젊은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가슴이 벅찹니다. 바쁜 시간을 보낸 뒤, 자리를 같이 해서 많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일단 수학을 전공하고, 현장에 뛰어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수학을 전공한 이가 할 일, 진달래 씨가 생각하는 그런 일에 참여할 일이 많으리라 확신합니다.

아마 우리 녹색당이 당초 기대처럼 성공하든, 아쉽게 기회를 미뤄야하든, 아마 관련 연구소는 만들고자 할 겁니다. 거기에서 다시 기반을 다지는 연구도 하겠지만, 진달래 씨가 생각하는 현장 중심의 행동에 관련한 연구도 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진달래 씨의 참여도 충분히 가능할 테죠. 굳이 대학이나 대학원에 들어가 의식도 없는 교수에게 이론 수업만 듣다 열 받는 일을 피할 수 있겠죠. 연구소에서 시민, 또는 민중과 같이 내일을 위해 할 일을 찾는 일,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녹색당 강령에 있는 바로 그런 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제 블로그에 들려보세요. 오로지 글만 있지만, 더러 흥미로운 글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진 하나도 없이 재미없는 글에 불과하지만 선별해 읽으면 제 고민도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생물학을 한 사람의 생각이 다양하고 새로울 겁니다. 과학을 냉혹하게 비판하면서 과학보다 인문과 사회학에 치우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사회학은 더 공부하긴 했지만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후회하고 있고, 인문학은 공부한 적 없어요. 책을 많이 읽었고, 그저 현장에서 부딪히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배운 거죠. 진달래 씨도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좀 길었나요? 만나 더 이야기하길 바라고, 더 필요하다면 ‘녹색평론사’에서 두 번째 토요일에 갖는 모임에 오셔서 김종철 선생님 이야기 들으며 깊이 생각할 기회를 찾길 권할게요. 제 블로그 주소는, 제가 드린 명함에도 있지만,http://blog.daum.net/brilsymbio 입니다. 다음넷 블로그로 들어가, ‘내일을 생각하는 환경이야기’를 선택하면 되지요.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박병상 드림.





박병상 선생님께.

빠른 답장 감사드립니다! 
특히 학교보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게 좋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곳에서 일하면 좋을까요? 지금 제 학력이 환영받는 곳은 환경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금융사, 보험사, 카드사 이런 직종들입니다. 아니면 대기업의 환경 관련 부서도 있을텐데.. 과연 대기업이 저랑 맞을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요.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드는 직종은 컨설턴트인데, 이곳에서도 '환경 컨설턴트'라고 해서 기업의 환경관련 직무를 도와주는 그런 전문분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관련 분야를 좀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아니면 혹시 NGO나 선생님이 계시는 연구소 같은 곳에서도 저처럼 '못 배운^^;' 사람이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있나요? 이제 이번 여름이면 어떻게든 졸업을 하려고 합니다. 졸업하고 나서 계획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많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혹시 선생님의 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며, 또 어떤 것을 공부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지요? 제가 구글에서 검색해 보았는데 잘 나오지 않는군요^^; 참고로 삼아 공부든 현장이든 생각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름을 연구소하고 했지만 집 거실을 책으로 둘러싼 공부방이예요. 물론 혼자 책 읽고, 글 쓰고, 대학에 시간강의를 준비하는 곳이죠. 물론 현장에 자주 나가니까, 글을 쓰는 재료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구하죠. 

그래서 제 공부방에서 함께 고민을 하고 책을 읽는다면 도움 되겠지만, 일거리나 전공을 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답니다. 저야 진달래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희망하지만, 제 공부방은 집의 거실이기도 하니까요. 연구소라 한 건, 어디 글을 보낼 때 소식이 필요하기에 붙인 거예요. 

도움이 될지 모르는데, 일본의 우체국에서 말단으로 일하던 젊은이가 사법고시에 턱 붙었답니다. 그래서 놀란 우체국장이 원하는 지위를 물었는데, 그 자리 그냥 있겠다고 했다네요. 돈은 적어도 시간이 많으니 퇴근 후 내 할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대요. 

일본에 그런 이가 더러 있습니다. 얼마전, 공항에서 억류된 사토 다이스케도 그런 이 중의 하나입니다. 아, 그이도 수학과 출신일 걸요? 와세다대학교... 한데 노동하면서 남는 시간에 반핵운동하죠. 혼자 잡지도 냅니다. 

제 생각인데, 진달래 씨는 지금과 같은 마음이라면 어떤 일도 잘 하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이 아닌 현장에서 부딪혀보세요.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어요.


rnrn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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