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otonin Paper

세로토닌의 생각 조각들과 기록들 (2007 - 2012)

니체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by 세로토닌 | 2006년 12월 14일 10:18
조회 129 댓글 0
사실대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읽기가 상당히 버겁다.

매 장마다 서너 개씩 있는 주석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해석하기 힘든 곳도 많고, 또 그 주석의 부담스러움 때문에 주의가 분산되기도 해서 힘들다.

지금까지 170여쪽 읽었는데, 아무래도 다 읽기는 좀 느려질 것 같아 우선 포스트를 쓴다.

책을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더 잡고 싶은 생각은 강해진다. ㅠㅠ

어쨌건 핑계들을 뒤로 하고 나는 포스트를 친다. :-(

그러나 범인은 언젠가 다시 현장에 돌아오리라.(짜라투스트라式-_-)



그러면, 지금까지 접어두었던 페이지 몇 개를 적어볼까 한다.





짜라투스트라의 서설 [6]



(앞부분 생략)

  그러나 짜라투스트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줄타는 사람은 짜라투스트라 바로 옆에 떨어졌는데 무참하게 상처를 입었으나 아직 목숨은 붙어 있었다. 잠시 후 부상당한 사람은 의식을 회복하고 자기 옆에 꿇어앉아 있는 짜라투스트라를 보았다. 마침내 그는 말했다. "거기서 뭘 하고 있소?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악마가 발을 걸어 넘어지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소. 이제 악마는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갑니다. 당신이 막아 줄 수 있겠소?"

  짜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친구여, 내 명예를 걸고 말하거니와 당신이 말한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악마도, 지옥도 없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의 육체보다 더 빨리 죽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 사내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당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면, 당신의 말은 내가 생명을 잃더라도 아무것도 잃는 것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매와 보잘것없는 음식으로 춤추는 것을 배운 짐승과 같소."

  짜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위험한 일을 당신의 천직으로 삼았고, 이 천직은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천직 때문에 파멸을 맞이했습니다. 나는 손수 당신을 묻어 드리겠소."

(후략)

(문예출판사, 황문수 역, 44p)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앞부분 생략)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은 죽음은 축제가 아니다. 인간은 아직도 가장 아름다운 축제를 올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완전한 죽음을 나는 그대들에게 보여 주리라. 산 자에게 자극과 서약이 될 완전한 죽음을.

  완성된 자는 희망을 가진 자, 서약하는 자들에게 둘러싸여 승리를 구가하며 죽는다.

  이렇게 죽는 자들이 산 자들의 서약을 정화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축제는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죽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차선은 싸우면서 죽고 거대한 영혼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싸우는 자에게나 승자에게나 히죽히죽 웃으며 도둑처럼 살금살금 다가오는 그대의 죽음은 가증스럽다. 사실은 그대들의 죽음은 지배자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나의 죽음을 나는 그대들에게 찬양하게 한다. 내가 원하기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자유로운 죽음을.

(중략)

  재빠른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이 왔으면! 내 생각으로는 이 사람들이 바로 폭풍우이며 삶의 나무를 뒤흔드는 자들이련만! 그러나 나는 다만 천천히 죽고 '지상의' 모든 것을 참고 견디라는 설교를 들을 뿐이다.

  아, 그대들은 지상의 것을 참고 견디라고 설교하는가? 이 지상의 것이야말로 그대들에 대해 지나치게 인내하고 있다. 그대들 비방자여!

  정녕 점진적인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이 존경하는 저 히브리 사람(예수)은 너무 일찍 죽었구나. 그 후로 그가 너무 일찍 죽었다는 것은 많은 자들의 악운이 되었다.

(중략)

  이미 긍정할 때가 지났을 때에는 거룩한 부정자는 죽음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죽음을 맞이해서도 자유롭다.

  그대들의 죽음이 인간과 대지에 대한 비방이 되지 않기를, 나의 벗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영혼의 꿈이 이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중략)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책, 126~129p)







증여하는 덕에 대하여 [3]



(앞부분 1, 2 생략)

  짜라투스트라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침묵했다. 그러나 아직은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한 사람 같았다. 오랫동안 그는 망설이는 듯이 손에 든 지팡이를 흔들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때 그의 목소리는 전과는 달랐다.

  이제부터 나는 혼자 가겠다. 나의 제자들이여! 그대들도 이제는 헤어져서 혼자 가도록 하라! 나는 그것을 바란다.

  정녕 나는 그대들에게 원한다. 나를 떠나서 짜라투스트라에게 대항하라고! 그리고 그를 부끄럽게 여긴다면 더욱 좋으리라! 어쩌면 그는 그대들을 속였을지도 모른다.

  인식하는 자는 적을 사랑할 줄 알 뿐 아니라 벗을 미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언제까지나 학생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스승에게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다. 왜 그대들은 나의 월계관을 빼앗아 가려고 하지 않는가?

(중략)

  이제 나는 그대들에게 나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찾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그대들이 모두 나를 부정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다시 그대들에게 돌아오리라.

  정녕 나의 형제들이여, 그때 나는 전혀 다른 눈으로 나를 버린 자들을 찾으리라. 그때 나는 전혀 다른 사랑으로 그대들을 사랑하리라.

  그리고 언젠가는 그대들은 나에게는 벗이 되고 하나의 희망의 어린애가 되어야 하리라. 그때 나는 세번째로 그대들 곁에 있으리라. 그대들과 함께 위대한 정오를 축복하기 위해서.

  그런데 위대한 정오는 인간이 짐승과 초인 사이를 연결하는 길의 중간 지점에 서 있을 때, 그리고 저녁을 향해 가는 그의 길을 그의 최고의 희망으로서 축복하는 때이다. 저녁을 향해 가는 길은 새로운 아침을 향해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때 몰락하는 자는 자기가 저 너머로 건너가는 자임을 알고 자기 자신을 축복하리라. 그리고 그의 인식의 태양은 그에게는 정오의 태양이 되리라.

"모든 신들은 죽었다. 이제 우리는 초인이 살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언젠가 위대한 정오에 있어서 우리의 마지막 의지가 되기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책, 136~137p)





제 3부 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2]

  

(전략)


   "이 출입구를 보라! 난쟁이여!"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출입구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두 길이 여기서 만난다. 아무도 아직은 이 두 길의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 뒤로 뻗친 이 기나긴 오솔길, 그것은 영원에 이어진다. 그리고 저 밖으로 나가는 기나긴 오솔길--- 그것은 또 하나의 영원이다. 그들은 서로 모순된다. 이 길들은, 이 길들은 서로 정면으로 맞부딪친다. 그리고 여기, 이 출입구는 두 길이 마주치는 곳이다. 출입구의 이름은 위에 쓰여 있다. '순간'이라고. 그러나 이 두 길 중의 하나를 따라 앞으로--- 더욱 앞으로, 더욱 멀리 가는 자가 있다면, 그대 난쟁이여, 그래도 이 길이 영원히 서로 모순된다고 믿는가?"

   "모든 직선은 속인다." 난쟁이는 비웃는 듯이 중얼거렸다. "모든 진리는 곡선이고 시간 자체가 원환이다."

   "그대 중력의 정령이여!" 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대를 지금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곳에 웅크리고 앉은 채로 내버려 둘 테다. 이 절름발이야. 사실 내가 그대를 높은 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보라, 이 순간을! 이 순간이라는 출입구로부터 하나의 기나긴 영원의 오솔길이 뒤로 뻗쳐 있다. 우리들 뒤에는 하나의 영원이 있다.

   모든 사물 가운데서 달릴 줄 아는 것은 이미 언젠가 이 오솔길을 달렸음에 틀림이 없지 않은가? 모든 사물 가운데서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은 이미 언젠가 일어났고 이루어졌고 달려가 버렸음에 틀림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모든 것이 이미 있었다면 그대 난쟁이는 이 순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출입구도 이미 있었음에 틀림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 순간의 모든 미래의 사물을 야기시키는 방식에 따라 모든 사물은 굳게 결합되어 있지 않은가? 따라서 -- 자기 자신도 (야기시키는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모든 사물 가운데서 달릴 줄 아는 것은 이 밖으로 나가는 기나긴 오솔길을 -- 언젠가는 반드시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262p~264p)



[memo]

'달린다' 는 말로 세계의 순환을 표현한 말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짜라투스트라를 읽으면서 내가 놀란 것은, 내가 세계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을 이 사람이 미리 말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8년을 살아오면서 주워모은 세계의 파편들을 이제야 겨우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은 그것을 한참도 전에 글로써 완벽한 구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어쩌면 내가 주웠던 그 조각들은 니체, 짜라투스트라가 산산이 부수어 흩어뜨린 중의 한 조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니체는 멋있다. 내가 아직 젊어서 그런 걸까?

도서관에서 빌려 와서 가져다 줄 때가 되어서 다 못 읽고 갖다 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 완독해야겠다. 그리고, 따로 또 한 권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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