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otonin Paper

세로토닌의 생각 조각들과 기록들 (2007 - 2012)

이갈리아의 딸들

by 세로토닌 | 2006년 12월 14일 10:21
조회 115 댓글 0
이갈리아의 딸들 | 책 이야기 2005/08/24 19:24  


http://blog.naver.com/minajin/120016682722






독서모임 이번주 책이다.

오늘 개학하는 날이 독서모임 날-수요일-과 겹쳐져서, 오늘 토론을 했다.

이 책을 폈을 때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도 많을 텐데(특히 남자분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 책의 첫 장을 한 번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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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램 장관과 그녀의 가족



「결국, 아이를 돌보는 것은 맨움이야」브램이 보고 있던 신문 너머로 아들에게 책망하는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 그녀가 화를 참기 힘들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난 지금 신문을 보고 있잖니」화가 난 그녀는 다시 신문을 읽었다.

「그렇지만 나는 뱃사람이 되고 싶다구요! 난 아기를 데리고 바다에 갈거에요!」페트로니우스가 당돌하게 말했다.

「그러면 그 아이의 엄마가 뭐라고 하겠니? 안 돼. 인생에는 참아야만 하는 것이 있는 법이야. 때가 되면 너도 알게 될 거다. 우리 사회와 같은 민주 사회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수는 없는 거야. 그렇다면 엄청나게 지겨울 테지. 삭막하고 울적할거야」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없는 것이 더 삭막하고 짜증나는 일이에요!」

「누가 네가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니? 내 말은, 네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거야.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는 없어. 네가 아이를 갖는다면, 아이를 키우는 일밖에 할 수 없는 거야. 잘 들어라, 페트로니우스. 어렸을 때 나도 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갖고 있었단다. 바다의 낭만, 그것 때문에 네가 괴로워하는 거지. 뱃사람의 위업에 대한 모험 이야기는 이제 그만 읽고 대신 소년들을 위한 책만 보도록 해라. 그러면 네 꿈이 좀 더 현실적으로 될 거다. 바다에 가고 싶어하는 맨움은 아무도 없어」

「그렇지만 내가 아는 뱃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를 갖고 있어요!」

「그건 다른 문제란다. 아이를 키우는 데 어머니가 아버지와 같을 수는 없단다, 페트로니우스」

여동생이 그를 비웃었다. 그녀는 페트로니우스보다 한살 반 어렸지만 늘 그를 못 살게 굴었다.

(중략)

「아빠! 바가 머리를 잡아당겨요!」

「하느님 어머니 맙소사! 이 집은 도대체 조용할 날이 없구나!」

브램 장관의 하우스바운드인 미재스(Msass) 브램이 턱수염에 온통 컬 클립을 달고 욕실에서 달려 나왔다. 「얘들아! 조용히 해! 바, 페트로니우스의 머리가 약하다는 걸 알아야지」

「머리만 약한가, 모든 곳이 약하지.<페트로니우스는 부드러운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지! 페트로니우스는 약한 성(性)이라는 걸 잊지 마!>」그 말은 항상 그를 화나게 했다. 바가 계속 짓궂게 말했다. 「아빠, 페트로니우스는 이제 페호를 해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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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속의 나라 이갈리아는 우리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엄마는 아이를 낳고, 아빠는 아이를 기르고 집안일을 한다. 여자(움wom)는 밖에 나가서 고기를 잡거나 국정을 보고, 남자(맨움manwom)은 예쁜 하우스바운드(housebound, husband 를 이갈리아 식으로 고친 말) 가 되기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여러가지 규범과 바느질, 품위를 배우면서 자라난다. 예쁜 맨움은 작고 뚱뚱해야 메이드의맨(총각) 파티에서 멋진 움과 엮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력을 위해서 팔루리아 산맥에 끌려가 광부 일을 해야 한다. 움은 강하고 멋지며, 그런 움은 강한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게 한 것은 맨움이므로 아기의 양육은 전부 맨움이 돌보아야 하고, 움과 함께 살며 아기를 돌보는 그런 맨움을 하우스바운드라고 하며 이를 '부성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는 아직 맨움을 '쓸모없는 존재' 로 여긴다. 맨움이 없어도 아이는 낳을 수 있고, 사회는 잘 돌아갈 수 있는 것이며, 극단적인 경우-과거에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지만- 극소수의 맨움만 남겨서 정자를 얻으면 나머지는 학살하거나 노동을 시켜서 써 먹어도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어떤가? 설정만 봐도 좀 헷갈리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가? 특히 당신이 남성이라면 말이다.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깨닫게 된 맨움들은 단체를 결성해 부당한 사회의 억압에 대해 저항한다. 자신을 억압하던 페호를 태우고, 자신이 처음부터 타고난 성기를, 유방이 없는 가슴을 부끄러워하게 만든 사회에 저항한다. 총선거에서 맨움 해방 운동가들이 좌석을 얻기도 한다(나중에 수포로 돌아가긴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맨움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이 단지 흥미거리 이상의 의미로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설정과 기초 자체부터가 인류의 성 분화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와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거부감을 좀 참고 쭉 읽다 보면 그 현실이 가상의 설정이 아니라 실제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고 있는 그런 억압을 빠짐없이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어느 설정도 허투르게 만들어진 것이 없이, 전부 뒤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바꾸기만으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왜 그것이 그렇게 된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이갈리아의 역사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맨움(남성)은 사냥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지만, 움(여성)은 대지에서 식량을 구하며 아이를 낳는, 그야말로 자연에 가깝기 때문에 맨움보다 우월하다는 논리다. 자연에 가까운 움이 맨움보다 강한 것은 당연하며, 그래서 맨움은 움이 아기를 낳기 위해서라면 - 움이 원한다면 - 언제든지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가?

  이것은 기존 가부장제와 대비되는 논리이다. 여성은 아이를 낳으며, 한 달에 한 번씩 월경을 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열등한 자연에 얽매인 존재라는 논리는 알게 모르게 여성을 억압하는 정당한 사유로써 우리 사회에서 기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갈리아의 논리가 말이 안 될 이유는 어디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이 단순히 지금까지 페미니스트들이 해 오던 이야기를 현실에서 리바이벌하는 것이 아님은 투쟁하는 맨움 주인공 페트로니우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드맨 파티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 어부 움 그로를 그는 사랑하지만, 그의 맨움에 대한 전형적인 태도는 페트로니우스의 마음을 언짢게 만든다. 그는 그로가 낳은 아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심지어 그것마저도 망설여지게 된다. 결국 그의 결론은 이렇다. '나는 그로를 사랑하지만, 그가 이런 태도로 나를 대한다면 나는 그와 같이 살 수 없어. 나는 그의 아기를 기르겠지만, 그에게서 부성 보호를 받지는 않겠어!'



  페트로니우스는 자신들의 맨움 해방 운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책을 한 권 낸다.

제목은 '민주주의의 아들'. 첫 장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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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를 돌보는 것은 여자(women)이야」베르그가 보고 있던 신문 너머로 딸에게 책망하는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 그가 화를 참기 힘들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난 지금 신문을 보고 있잖니」화가 난 그는 다시 신문을 읽었다.

「그렇지만 나는 뱃사람이 되고 싶다구요! 난 아기를 데리고 바다에 갈거에요!」페트라가 영리하게도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그 아이의 아버지가 뭐라고 하겠니? 안 돼. 인생에는 참아야만 하는 것이 있는 법이야. 때가 되면 너도 알게 될 거다. 우리 사회와 같은 민주 사회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수는 없는 거야. 그렇다면 엄청나게 지겨울 테지. 삭막하고 울적할거야」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없는 것이 더 삭막하고 짜증나는 일이에요!」

「누가 네가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니? 내 말은, 네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거야.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는 없어. 네가 아이를 갖는다면, 아이를 키우는 일밖에 할 수 없는 거야. 잘 들어라, 페트라. 어렸을 때 나도 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갖고 있었단다. 바다의 낭만, 그것 때문에 네가 괴로워하는 거지. 뱃사람의 위업에 대한 모험 이야기는 이제 그만 읽고 대신 소녀들을 위한 책만 보도록 해라. 그러면 네 꿈이 좀 더 현실적으로 될 거다. 바다에 가고 싶어하는 여자은 아무도 없어」

「그렇지만 내가 아는 뱃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를 갖고 있어요!」

「그건 다른 문제란다. 아이를 키우는 데 아버지가 어머니와 같을 수는 없단다, 페트라」

남동생이 그를 비웃었다. 그녀는 페트라보다 한살 반 어렸지만 늘 그를 못 살게 굴었다.

.....

「하느님 아버지 맙소사! 이 집은 도대체 조용할 날이 없구나!」

장관의 부인인 미시즈 베르그가 머리에 온통 컬 클립을 달고 욕실에서 달려 나왔다. 「얘들아! 조용히 해! 빌, 페트라의 머리가 약하다는 걸 알아야지」

「머리만 약한가, 모든 곳이 약하지.<페트라는 부드러운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지! 페트라는 약한 성(性)이라는 걸 잊지 마!>」그 말은 항상 그를 화나게 했다. 빌이 계속 짓궂게 말했다. 「아빠, 페트라는 이제 브라를 해야 하지 않나요?」

페트라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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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에게 묻는다. 어떤가? 책 속에서만이라도 지배적인 계급에서 떵떵거리고 살아왔는데, 갑작스레 가부장제라니, 나의 경우 "아니 무슨 맨움들이!"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어쩌면 남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의 기분이 바로 그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절묘함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꽤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단순히 여기저기서 들어왔던 평등 운동에 대한 생각 그 이상의 것들 - 단순한 의식의 전환만으로 인류의 역사가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것이나,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성 간의 억압과 투쟁, 평등을 위한 노력의 역사는 단순히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하나의 질문을 떠올렸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왜 싸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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