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by 세로토닌 | 2006년 12월 14일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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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빈센트 Vinzent | 책/영화/음악 2005/07/17 21:51
http://blog.naver.com/minajin/120015342054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드디어 다녀왔다.
친구가 재작년에 부천으로 이사간 이후부터 알게 되어 죽 보고 싶었는지라, 어찌어찌 그 기간과 시험 끝난 후 놀 수 있는 기간이 잘 맞아, 오늘 결국 하나를 보고 왔다.
친구 집 근처의 세이브존에는 피판 상영관이 4개, 우리의 시간 11시에 상영되었던 영화는
사스 전쟁 / 죽음의 화물선 / 빈센트 / 판타스틱단편선.
그래도 좀 괜찮아 보이는 영화를 보자, 하고 빈센트를 보기로 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눈이 상당히 불편했다. 같이 나오는 영어/한글 자막이 오른쪽과 아래를 동시에 신경쓰게 만들었던 것도 그랬지만, 순간적인 느낌을 표현하려고 넣은 것 같은 한두 프레임의 영상들, 그림들은 그런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작은 파편들이 생각의 단편이라는 것을 대충 깨달은 뒤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판타스틱 영화라는 말에 걸맞은 편집일까.
빈센트는 스릴러다.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스릴러다. 그의 행동과 이야기의 전개가 나타내는 건 분명 스릴러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스릴러가 주는 긴박감을 느끼기도 전에 예의 그 생각의 편린들을 정리하고 신경쓰느라 바쁘다. 실제로, 영화에서 겨우 두 번 나오는 제일 긴장되는 - 배경으로 록이 울려퍼지는 - 장면에서 그 전까지 시야를 방해하던 그런 장면들은 확실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줄어든다.
로즈를 감금시키고, 단 한번도 집 밖에 나온 적도 없고 보여진 적도 없는 세입자 포데쉬는 로즈를 그렇게도 찾고, 로즈의 기억을 잊은 적이 없는 빈센트였다. 로즈의 어깨에, 얼굴에 초음파를 내뿜는 문신 기계를 갖다댄 것도 그였고, 매 순간순간을 그림으로 예언하던 바쁜 손놀림도 그였다. 이상하게 자신에게 안아달라고, 친근하게 조르는 귀여운 여자아이는 정말로 그를 알고 있었고, 심장마비로 죽은, 장례를 치룬 여자아이가 죽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빈센트 안을 흐르는 음악도 영상의 그것처럼 보통의 음악과 다르다. 평온한 음악보다는 불안한 음이 똑똑 끊어지는 멜로디가 전반을 흐르고, 빈센트가 로즈를 찾아 벽을 기어오르거나, 지하실에 갇혀 있을 때 사람들이 그를 찾는 등 긴박한 장면에서는 록이 흐른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로즈를 생각할 때 뒤에서 비치는 듯 흐르던 일어로 된 노래였다.
그렇다. 빈센트는 독일 영화이지만 일본어가 흐른다. 결국 로즈가 갇혀 있는 그 방의 문을 빈센트가 열었을 때 그를 맞았던 것은 일본 만화책들이 잔뜩 꽂혀있는,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책장들이었다. 관객들에게 로즈의 힌트를 제공했던 것도, 레나 - 또다른 세입자 - 의 집에 틀어져 있던 만화영화 'Creature girl'이었다. 아파트의 나선형 계단이 2D 애니메이션으로 바뀌거나, Creature girl의 영상이 비추어질 때 울려퍼지는 것은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여자의 목소리다.
이 영화에서 일본어는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나는 또다른 환상을 대변한다. 애니나 일본의 게임을 좋아하고, 일본어를 좋아하는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 똑같이 그렇듯이. 그는 그 환상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미래를 예언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려 사랑하는 이에게 문신을 그린다.
그리고, 결국 그것은 나중에 현실이 된다. 그림이 되어버린 나선형 계단을 빈센트는 떨어지지만, 그 순간 완성된 로즈 - Creature girl - 는 그를 구한다. 그리고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나선의 회전 속으로, 바라던 또다른 세계 속으로, 일본어로 말하는 로즈와 함께, 사라진다.
* 두서가 없다. 영화를 분석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선은 능력이 딸릴 뿐더러,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영화를 너무 분석하려 든다고. 분석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지나치게 칼을 들어 영화를 잘게 썰려고 든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이번엔 영화를 영화 그대로 한번 느껴보려고 애를 써 봤다. 만약 읽은 후에 마음에 안 드는 구성을 비판하신 분이 계시다면 진정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ㅇ^
http://blog.naver.com/minajin/120015342054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드디어 다녀왔다.
친구가 재작년에 부천으로 이사간 이후부터 알게 되어 죽 보고 싶었는지라, 어찌어찌 그 기간과 시험 끝난 후 놀 수 있는 기간이 잘 맞아, 오늘 결국 하나를 보고 왔다.
친구 집 근처의 세이브존에는 피판 상영관이 4개, 우리의 시간 11시에 상영되었던 영화는
사스 전쟁 / 죽음의 화물선 / 빈센트 / 판타스틱단편선.
그래도 좀 괜찮아 보이는 영화를 보자, 하고 빈센트를 보기로 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눈이 상당히 불편했다. 같이 나오는 영어/한글 자막이 오른쪽과 아래를 동시에 신경쓰게 만들었던 것도 그랬지만, 순간적인 느낌을 표현하려고 넣은 것 같은 한두 프레임의 영상들, 그림들은 그런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작은 파편들이 생각의 단편이라는 것을 대충 깨달은 뒤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판타스틱 영화라는 말에 걸맞은 편집일까.
빈센트는 스릴러다.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스릴러다. 그의 행동과 이야기의 전개가 나타내는 건 분명 스릴러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스릴러가 주는 긴박감을 느끼기도 전에 예의 그 생각의 편린들을 정리하고 신경쓰느라 바쁘다. 실제로, 영화에서 겨우 두 번 나오는 제일 긴장되는 - 배경으로 록이 울려퍼지는 - 장면에서 그 전까지 시야를 방해하던 그런 장면들은 확실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줄어든다.
로즈를 감금시키고, 단 한번도 집 밖에 나온 적도 없고 보여진 적도 없는 세입자 포데쉬는 로즈를 그렇게도 찾고, 로즈의 기억을 잊은 적이 없는 빈센트였다. 로즈의 어깨에, 얼굴에 초음파를 내뿜는 문신 기계를 갖다댄 것도 그였고, 매 순간순간을 그림으로 예언하던 바쁜 손놀림도 그였다. 이상하게 자신에게 안아달라고, 친근하게 조르는 귀여운 여자아이는 정말로 그를 알고 있었고, 심장마비로 죽은, 장례를 치룬 여자아이가 죽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빈센트 안을 흐르는 음악도 영상의 그것처럼 보통의 음악과 다르다. 평온한 음악보다는 불안한 음이 똑똑 끊어지는 멜로디가 전반을 흐르고, 빈센트가 로즈를 찾아 벽을 기어오르거나, 지하실에 갇혀 있을 때 사람들이 그를 찾는 등 긴박한 장면에서는 록이 흐른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로즈를 생각할 때 뒤에서 비치는 듯 흐르던 일어로 된 노래였다.
그렇다. 빈센트는 독일 영화이지만 일본어가 흐른다. 결국 로즈가 갇혀 있는 그 방의 문을 빈센트가 열었을 때 그를 맞았던 것은 일본 만화책들이 잔뜩 꽂혀있는,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책장들이었다. 관객들에게 로즈의 힌트를 제공했던 것도, 레나 - 또다른 세입자 - 의 집에 틀어져 있던 만화영화 'Creature girl'이었다. 아파트의 나선형 계단이 2D 애니메이션으로 바뀌거나, Creature girl의 영상이 비추어질 때 울려퍼지는 것은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여자의 목소리다.
이 영화에서 일본어는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나는 또다른 환상을 대변한다. 애니나 일본의 게임을 좋아하고, 일본어를 좋아하는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 똑같이 그렇듯이. 그는 그 환상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미래를 예언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려 사랑하는 이에게 문신을 그린다.
그리고, 결국 그것은 나중에 현실이 된다. 그림이 되어버린 나선형 계단을 빈센트는 떨어지지만, 그 순간 완성된 로즈 - Creature girl - 는 그를 구한다. 그리고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나선의 회전 속으로, 바라던 또다른 세계 속으로, 일본어로 말하는 로즈와 함께, 사라진다.
* 두서가 없다. 영화를 분석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선은 능력이 딸릴 뿐더러,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영화를 너무 분석하려 든다고. 분석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지나치게 칼을 들어 영화를 잘게 썰려고 든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이번엔 영화를 영화 그대로 한번 느껴보려고 애를 써 봤다. 만약 읽은 후에 마음에 안 드는 구성을 비판하신 분이 계시다면 진정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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