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들
by 세로토닌 | 2006년 12월 14일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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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 | 책/영화/음악 2005/08/22 00:17
http://blog.naver.com/minajin/120016581740
요즘 참 다양한 방면으로 문화생활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
이번에는, 도서관에 방학숙제를 해치우러 보따리싸고 찾아갔는데, 마침 거기서 매주 토/일 2시에 영화를 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다. 원래 보고 싶던 영화이긴 했는데, 지금까지 너무 놀아서 이젠 방학숙제에 집중하자-_-(...) 라고 결심한 것도 있고 해서 좀 망설이다가 - 그냥 다 때려치고 봤다.
대략적인 줄거리
헬기에 자리 없다고 대통령과의 행사에 함께 가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중앙정보부 김부장은 주치의로부터 건강이 안 좋으니 잠시 쉬라는 권유를 받는다. 집무실에서 부황을 뜨던 중 대통령의 만찬 소식을 전해 들은 김부장, 잠시 생각에 잠기지만 이내 수행 비서 민대령과 함께 궁정동으로 향한다. 만찬은 시작되고, 오늘따라 더 심한 경호실장의 안하무인스런 태도에 비위가 상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는 슬며시 방을 나와 오른팔 주과장과 민대령을 호출하여 대통령 살해계획을 알린다.
김부장의 오른팔 주과장. 오늘도 여러가지 골치 아픈 일들을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는 이런 일들이 이제 지긋지긋하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만찬 소식에 투덜거리지만 뭐 별 수 있으랴. 함께 할 손님들을 섭외하여 만찬장에 도착한다. 잠시 후, 자신과 민대령을 호출하여 "오늘 내가 해치운다"며 지원하란 김부장의 명령에 잠시 머뭇거리던 주과장, 별 뾰족한 수도 없는 듯 명령에 따르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긴다.
경비실로 들어온 주과장은 부하 네 명에게 작전을 명령하고 무장시킨다. 명령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충직한 부하 영조와 순박한 준형,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끌려나온 경비원 원태, 그리고 해병대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지목된 운전수 상욱까지. 영문도 모른채 주과장의 명령에 따라 각자 위치에서 대기중인 부하들. 침을 꼴깍이며 잔뜩 긴장한 채로 김부장의 총소리를 기다린다.
(여기까지 네이버 영화 펌)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부르는 애절한 엔카 소리에 취해서, 주은지의 품에 안겨 있는 각하와 그런 각하에게 알랑대는 경호실장과 술실장 앞에 총을 뒤에 숨긴 김부장이 걸어들어온다. 어디서는 백만 명을 죽이고 정부를 만들었는데, 우린 만 명만 죽이고 독재 정부를 수립하자면서 각하께 이야기하는 경호실장에게 김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너 하나만 죽으면 돼." 그리고 들리는 총성.
경호실장에게 한 방, 각하께 한 방을 쏘는 김부장의 총을 시작으로, 궁정동 한 회관의 비극은 시작된다. 대통령 경호원들은 모두 총을 맞고, 살아남은 자들은 확인사살당한다. 가슴에 맞고 아직 죽지 않았던 각하님은 그 신성한 머리를 김부장에게 붙들려 머리를 맞고 죽는다. 각하 전용 병실에 각하의 시체는 밀어넣어지고, 김부장은 불러놓았던 육군참모총장과 같이 육군본부로 향한다. (여기가 상당히 압권이다. 밤에 온 자기 총장을 못 알아보는 위병 홍록기씨에게 내쳐지는 총장은 웅장한 육본 건물을 향해 외친다. "내가 대한민국 육참 총장이라고!!! 아 씨, 내 차 타고올걸-_-")
(덧, 개인적으로 군과 연관이 있는 가족을 가진 사람으로써, 작은 군대의 위병도 거기에 드나드는 사람과 차의 모양과 번호를 외워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김부장은 국무위원들을 모아 그곳에서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확보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사정을 알게 된 육참 총장은 그를 어딘가로 격리하고 총리를 임시 대통령으로 즉석에서 내세우게 된다.
엄청난 피를 소모한 이 혁명, 아니 이 영화는 혁명을 일으킨 세력들 - 김부장, 주과장, 민대령 등등 - 은 모두 사형을 당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윤여정 님(드라마에서 할머니로 자주 나오시는 분, 금순이에도 나오고 있지요)의 찬찬한 목소리로 설명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김부장은 자신의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한 혁명이라고 주장하지만, 계엄하 합동수사본부는 김재규가 자신의 무능을 은폐하고, 권력 찬탈을 기도한 패륜적 범죄라고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한다. 무지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단지 총을 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이들은 모두 사형을 언도받고,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다.
잡담.
윤여정 님의 나레이션이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마찬가지로 그의 이야기로 시작된 오프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프닝과 엔딩 두 장면이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삭제되었는데, 나로써는 그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암튼 오프닝의 삭제된 장면 후는, 궁정동의 각하님 놀이터(편의상 이렇게 말하겠다. 아까 나왔던 '궁정동'이 바로 이곳이다.)에서 여자들이 퇴폐적으로 벗고 정치인들과 놀고 있는 장면이다. 윤여정 님은 그의 딸과 함께 안에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 요는 이렇다. 각하는 그의 딸을 '사랑'하니, 책임져 달라 그런 말이다. 그는 돈봉투마저 거절하고, 그를 바라보는 주과장은 '세상 참 그지같다'며 한탕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딸을 팔아서 한몫 보려는 속셈이라는 건가. 두 모녀의 결말은 어딘지도 모르는 고속도로에, '그렇게 살지 마세요' 하는 친절한(?) 주과장의 당부와 함께 내려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 때 엄마의 절규.
"니가 사랑을 알아?"
그래서 엔딩을 장식하는 엄마인 윤여정의 목소리는 섬뜩하다. 자신을 그렇게 매도한 정부의 끝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관련되어 있지만 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자의 시선. 용케 각하를 죽이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었다고 주장하는 김부장을 '누구는 그게 감동적이라고도 하더군요' 라며 차갑게 비웃는다. '아무것도 모른 채 총을 쏜 누구는 자기가 왜 죽는지도 몰랐지요' 라며 혁명 자체에 대한 냉소를 숨기지 않는 목소리. 다 좋다가, 차가운 물을 끼얹는 듯한 이 나레이션은, 영화 후에 읽은 리뷰에서도 그닥 맞지 않았다고 평을 해 놓았다.
용감한 사람들이 없으면, 원하는 것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좋은 세상이 올 거야' 라며 용기있게 궁정동의 사람들을 모두 처치한 후, 육본 회의실에서 피곤한 몸을 모포로 덮고 자는 선잠이 김재규의 혁명 후 처음이자 마지막 안락이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김재규를 민주주의의 투사라며 조금이라도 존경해주는 말 같은 건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왜일까? 그 사람이 역시 정치인이었기 때문일까?
난 근현대사를 그다지 잘 알지도 못하고, 박정희 저격 사건에 대해서도 이렇게 자세히까지 알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이 영화가 처음이다. 이 영화가 아무리 블랙 코미디라고 하더라도, 나는 김재규가 정치 논리에 빠져 권력을 빼앗으려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가 좀 힘들다. 스스로가 죽음으로써 민주화의 상징이 된 사람들에 비해서, 방법이 필요했던 정부의 수반을 좀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없앤 사람이, 그 방법이 나빴던 이유만으로 매도당하는 거라면 나는 반대한다.
http://blog.naver.com/minajin/120016581740
요즘 참 다양한 방면으로 문화생활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
이번에는, 도서관에 방학숙제를 해치우러 보따리싸고 찾아갔는데, 마침 거기서 매주 토/일 2시에 영화를 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다. 원래 보고 싶던 영화이긴 했는데, 지금까지 너무 놀아서 이젠 방학숙제에 집중하자-_-(...) 라고 결심한 것도 있고 해서 좀 망설이다가 - 그냥 다 때려치고 봤다.
대략적인 줄거리
헬기에 자리 없다고 대통령과의 행사에 함께 가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중앙정보부 김부장은 주치의로부터 건강이 안 좋으니 잠시 쉬라는 권유를 받는다. 집무실에서 부황을 뜨던 중 대통령의 만찬 소식을 전해 들은 김부장, 잠시 생각에 잠기지만 이내 수행 비서 민대령과 함께 궁정동으로 향한다. 만찬은 시작되고, 오늘따라 더 심한 경호실장의 안하무인스런 태도에 비위가 상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는 슬며시 방을 나와 오른팔 주과장과 민대령을 호출하여 대통령 살해계획을 알린다.
김부장의 오른팔 주과장. 오늘도 여러가지 골치 아픈 일들을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는 이런 일들이 이제 지긋지긋하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만찬 소식에 투덜거리지만 뭐 별 수 있으랴. 함께 할 손님들을 섭외하여 만찬장에 도착한다. 잠시 후, 자신과 민대령을 호출하여 "오늘 내가 해치운다"며 지원하란 김부장의 명령에 잠시 머뭇거리던 주과장, 별 뾰족한 수도 없는 듯 명령에 따르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긴다.
경비실로 들어온 주과장은 부하 네 명에게 작전을 명령하고 무장시킨다. 명령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충직한 부하 영조와 순박한 준형,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끌려나온 경비원 원태, 그리고 해병대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지목된 운전수 상욱까지. 영문도 모른채 주과장의 명령에 따라 각자 위치에서 대기중인 부하들. 침을 꼴깍이며 잔뜩 긴장한 채로 김부장의 총소리를 기다린다.
(여기까지 네이버 영화 펌)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부르는 애절한 엔카 소리에 취해서, 주은지의 품에 안겨 있는 각하와 그런 각하에게 알랑대는 경호실장과 술실장 앞에 총을 뒤에 숨긴 김부장이 걸어들어온다. 어디서는 백만 명을 죽이고 정부를 만들었는데, 우린 만 명만 죽이고 독재 정부를 수립하자면서 각하께 이야기하는 경호실장에게 김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너 하나만 죽으면 돼." 그리고 들리는 총성.
경호실장에게 한 방, 각하께 한 방을 쏘는 김부장의 총을 시작으로, 궁정동 한 회관의 비극은 시작된다. 대통령 경호원들은 모두 총을 맞고, 살아남은 자들은 확인사살당한다. 가슴에 맞고 아직 죽지 않았던 각하님은 그 신성한 머리를 김부장에게 붙들려 머리를 맞고 죽는다. 각하 전용 병실에 각하의 시체는 밀어넣어지고, 김부장은 불러놓았던 육군참모총장과 같이 육군본부로 향한다. (여기가 상당히 압권이다. 밤에 온 자기 총장을 못 알아보는 위병 홍록기씨에게 내쳐지는 총장은 웅장한 육본 건물을 향해 외친다. "내가 대한민국 육참 총장이라고!!! 아 씨, 내 차 타고올걸-_-")
(덧, 개인적으로 군과 연관이 있는 가족을 가진 사람으로써, 작은 군대의 위병도 거기에 드나드는 사람과 차의 모양과 번호를 외워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김부장은 국무위원들을 모아 그곳에서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확보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사정을 알게 된 육참 총장은 그를 어딘가로 격리하고 총리를 임시 대통령으로 즉석에서 내세우게 된다.
엄청난 피를 소모한 이 혁명, 아니 이 영화는 혁명을 일으킨 세력들 - 김부장, 주과장, 민대령 등등 - 은 모두 사형을 당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윤여정 님(드라마에서 할머니로 자주 나오시는 분, 금순이에도 나오고 있지요)의 찬찬한 목소리로 설명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김부장은 자신의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한 혁명이라고 주장하지만, 계엄하 합동수사본부는 김재규가 자신의 무능을 은폐하고, 권력 찬탈을 기도한 패륜적 범죄라고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한다. 무지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단지 총을 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이들은 모두 사형을 언도받고,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다.
잡담.
윤여정 님의 나레이션이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마찬가지로 그의 이야기로 시작된 오프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프닝과 엔딩 두 장면이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삭제되었는데, 나로써는 그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암튼 오프닝의 삭제된 장면 후는, 궁정동의 각하님 놀이터(편의상 이렇게 말하겠다. 아까 나왔던 '궁정동'이 바로 이곳이다.)에서 여자들이 퇴폐적으로 벗고 정치인들과 놀고 있는 장면이다. 윤여정 님은 그의 딸과 함께 안에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 요는 이렇다. 각하는 그의 딸을 '사랑'하니, 책임져 달라 그런 말이다. 그는 돈봉투마저 거절하고, 그를 바라보는 주과장은 '세상 참 그지같다'며 한탕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딸을 팔아서 한몫 보려는 속셈이라는 건가. 두 모녀의 결말은 어딘지도 모르는 고속도로에, '그렇게 살지 마세요' 하는 친절한(?) 주과장의 당부와 함께 내려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 때 엄마의 절규.
"니가 사랑을 알아?"
그래서 엔딩을 장식하는 엄마인 윤여정의 목소리는 섬뜩하다. 자신을 그렇게 매도한 정부의 끝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관련되어 있지만 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자의 시선. 용케 각하를 죽이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었다고 주장하는 김부장을 '누구는 그게 감동적이라고도 하더군요' 라며 차갑게 비웃는다. '아무것도 모른 채 총을 쏜 누구는 자기가 왜 죽는지도 몰랐지요' 라며 혁명 자체에 대한 냉소를 숨기지 않는 목소리. 다 좋다가, 차가운 물을 끼얹는 듯한 이 나레이션은, 영화 후에 읽은 리뷰에서도 그닥 맞지 않았다고 평을 해 놓았다.
용감한 사람들이 없으면, 원하는 것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좋은 세상이 올 거야' 라며 용기있게 궁정동의 사람들을 모두 처치한 후, 육본 회의실에서 피곤한 몸을 모포로 덮고 자는 선잠이 김재규의 혁명 후 처음이자 마지막 안락이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김재규를 민주주의의 투사라며 조금이라도 존경해주는 말 같은 건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왜일까? 그 사람이 역시 정치인이었기 때문일까?
난 근현대사를 그다지 잘 알지도 못하고, 박정희 저격 사건에 대해서도 이렇게 자세히까지 알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이 영화가 처음이다. 이 영화가 아무리 블랙 코미디라고 하더라도, 나는 김재규가 정치 논리에 빠져 권력을 빼앗으려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가 좀 힘들다. 스스로가 죽음으로써 민주화의 상징이 된 사람들에 비해서, 방법이 필요했던 정부의 수반을 좀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없앤 사람이, 그 방법이 나빴던 이유만으로 매도당하는 거라면 나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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