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by 세로토닌 | 2006년 12월 14일 10:32
조회 176 댓글 0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Kissing Jessica Stein) | 영화/연극/TV 2006/07/10 21:06
http://blog.naver.com/minajin/130006211189
블링크 :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좋아해
도시가, 뉴욕이 담겨 있다. 번잡한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클랙션을 빵빵 울려대는 차들이 가지 못하고 서 있다. 카메라는 길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면서 비추고, 화면을 밑도는 가벼우면서 흥겨운 멜로디는 마치 어디 근처의 음악사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도시인을 위한, 도시인에 의한, 도시인의 영화.
어쩌면 당신들이 고민하고 있는 그것들은 거의 모든 도시인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를 두고 달려가는 차도 위의 차들과 쉴새도 없이 바뀌는 신호등. 꼭 필요할 때에는 오지 않는 택시와 꼭 10분씩 늦는 버스. 친밀하지만, 내 곁에 있어 줄 만큼 한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외로울 새도 없이 바쁘지만, 그것이 찾아오는 어떤 때는, 죽을 만큼 힘들다. 소외감과 무력감. 자신을 채워 줄 어떤 것을 찾아 헤매지만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아 보였던 그 어느 것도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어쩌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게 계속 바뀌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내가 바뀌지 않는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그런 아픈 곳을 찌른다.
" 새로울 것 없는 관계를 맺는 것은 타성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에 앞서는 두려움과 수줍음 때문이다.
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글쟁이 제시카의 주변은 심란하다. 그의 사무실에서 항상 그와 거의 매일 함께하는, 그를 은근히 신경쓰고 있는 옛 애인 조쉬가 있고, 임신한 베스트 프렌드가 있고, 약혼을 하고 곧 결혼하려고 하는 오빠 다니엘이 있다. 자신만 혼자서 외롭다. 누군가 만나야만 할 것 같다. 선을 몇 번이고 보지만 아무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책에서 읽고 마음에 들었던 글귀를 그대로 인용해 쓴 어떤 구인 광고를 보고 딱 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여자가 여자를 찾는 것이었던 것. 삶은 미친 듯이 지루하고, 밤에 잠은 오지 않고, 자신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한밤중에 그는 결국 광고를 낸 헬렌에게 전화를 한다.
"난, 정말로, 당신이 필요해요!!"
이 영화는 정말로, 정말로 로맨틱하고 섹시(-_-?)하다. 사실 18세 미만 관람불가지만, 수위가 높다거나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여자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정말 예쁘고 로맨틱하게, 또 현실적으로 그린 게 인상깊었다. 레즈비언으로서는 아마추어인 두 사람이 서로 다가서는 모습들은 우리 주변의 여느 커플들과 다르지 않다. 화면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밀고 당기기부터 점점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조심스럽게 비춘다. 서로를 바라볼 떄의 다정한 눈빛이나, 서로의 전화를 받을 때 바로 확연히 달라지는 그 말투들. 그 어떤 연인과 비교해도 둘째가라면 서러워질 정도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어쩌면 비현실적인 동성애의 낭만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매우 보수적인 제시카의 집안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다툼과 고민과 눈물 끝에 두 커플은 커밍아웃하게 된다. 제시카의 어머니는 헬렌에게 '우리 가족이 된 것을 축하한다' 고 이야기하고, 보수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친척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헬렌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결국 거의 모든 커플이 그렇듯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는 일이 생기고, 싸우기도 하고, 결국 깨지게 된다.
"난 날 원하는 사람을 원해."
"그게 나잖아. 난 널 원해."
"넌 날 원하지 않아. 난 그저 너에게 친구일 뿐이야."
그래서 이 영화는 레즈비언 영화가 아니다. 여기에 정말 멋지게 그려진 두 여자의 관계는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 중의 단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제시카는 결국 조쉬와 다시 연결되고, 헬렌은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고, 두 사람은 정말 친한 친구로서 다시 남는다. 그렇지만 제시카는 헬렌이 '저장해 둬' 라고 말했던 요가를 매일 아침 하게 되고, 그토록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실까지 열게 된다. 헬렌이 그녀에게 남기고 간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토록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과,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회의감 속에서, 말 그대로 '살아있는'관계를 알게 해 주는 것. 자신도 모르게 다시 '살고' 싶다는 느낌을, 원하는 것을 구하게 하는 힘을, 머리를 올리고 미니스커트를 입게 하는 자신감을, 헬렌이 주고 간 것이 아닐까. 그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변화'를.
음, 이 영화를 보면서 「타인의 취향」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생각났다. 역시 '도시인'의 영화. 누군가에게 아름답고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영화들이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게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그런 영화들을 찾아다니면서 보는 건 아닐까.(-_-)
오늘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 제목처럼, Everything Needs Love. 어쩌면 사실이 아닐까. 혼자 있는 사람은 외로운 건 둘째치더라도 재미가 없다. 모두가 다르니까 그것들이 부딪치고 섞이는 세상이 재미가 있고 아름다운 것이다. 흔히 세상을 만화경 Kaleidoscope에 비유하지 않는가. 사랑 받는 것도 좋고, 사랑하는 것도 좋다. 서로 사랑하면 좋겠지만, 외사랑도 때로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법이다. 뭐, 사랑이나 인생에 대한 경험이 매우 부족한 나지만, 그 많은 이들이 사랑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봐서, '사랑'의 가치는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것일 지도 모른다.
+ 이 영화는 미친 듯이 인용구를 많이 쓴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우리는 사물을 볼 때 사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본다.
- 아나이스 닌
(정확히 뭐였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_-;;)
http://blog.naver.com/minajin/130006211189
블링크 :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좋아해
도시가, 뉴욕이 담겨 있다. 번잡한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클랙션을 빵빵 울려대는 차들이 가지 못하고 서 있다. 카메라는 길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면서 비추고, 화면을 밑도는 가벼우면서 흥겨운 멜로디는 마치 어디 근처의 음악사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도시인을 위한, 도시인에 의한, 도시인의 영화.
어쩌면 당신들이 고민하고 있는 그것들은 거의 모든 도시인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를 두고 달려가는 차도 위의 차들과 쉴새도 없이 바뀌는 신호등. 꼭 필요할 때에는 오지 않는 택시와 꼭 10분씩 늦는 버스. 친밀하지만, 내 곁에 있어 줄 만큼 한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외로울 새도 없이 바쁘지만, 그것이 찾아오는 어떤 때는, 죽을 만큼 힘들다. 소외감과 무력감. 자신을 채워 줄 어떤 것을 찾아 헤매지만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아 보였던 그 어느 것도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어쩌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게 계속 바뀌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내가 바뀌지 않는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그런 아픈 곳을 찌른다.
" 새로울 것 없는 관계를 맺는 것은 타성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에 앞서는 두려움과 수줍음 때문이다.
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글쟁이 제시카의 주변은 심란하다. 그의 사무실에서 항상 그와 거의 매일 함께하는, 그를 은근히 신경쓰고 있는 옛 애인 조쉬가 있고, 임신한 베스트 프렌드가 있고, 약혼을 하고 곧 결혼하려고 하는 오빠 다니엘이 있다. 자신만 혼자서 외롭다. 누군가 만나야만 할 것 같다. 선을 몇 번이고 보지만 아무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책에서 읽고 마음에 들었던 글귀를 그대로 인용해 쓴 어떤 구인 광고를 보고 딱 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여자가 여자를 찾는 것이었던 것. 삶은 미친 듯이 지루하고, 밤에 잠은 오지 않고, 자신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한밤중에 그는 결국 광고를 낸 헬렌에게 전화를 한다.
"난, 정말로, 당신이 필요해요!!"
이 영화는 정말로, 정말로 로맨틱하고 섹시(-_-?)하다. 사실 18세 미만 관람불가지만, 수위가 높다거나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여자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정말 예쁘고 로맨틱하게, 또 현실적으로 그린 게 인상깊었다. 레즈비언으로서는 아마추어인 두 사람이 서로 다가서는 모습들은 우리 주변의 여느 커플들과 다르지 않다. 화면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밀고 당기기부터 점점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조심스럽게 비춘다. 서로를 바라볼 떄의 다정한 눈빛이나, 서로의 전화를 받을 때 바로 확연히 달라지는 그 말투들. 그 어떤 연인과 비교해도 둘째가라면 서러워질 정도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어쩌면 비현실적인 동성애의 낭만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매우 보수적인 제시카의 집안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다툼과 고민과 눈물 끝에 두 커플은 커밍아웃하게 된다. 제시카의 어머니는 헬렌에게 '우리 가족이 된 것을 축하한다' 고 이야기하고, 보수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친척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헬렌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결국 거의 모든 커플이 그렇듯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는 일이 생기고, 싸우기도 하고, 결국 깨지게 된다.
"난 날 원하는 사람을 원해."
"그게 나잖아. 난 널 원해."
"넌 날 원하지 않아. 난 그저 너에게 친구일 뿐이야."
그래서 이 영화는 레즈비언 영화가 아니다. 여기에 정말 멋지게 그려진 두 여자의 관계는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 중의 단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제시카는 결국 조쉬와 다시 연결되고, 헬렌은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고, 두 사람은 정말 친한 친구로서 다시 남는다. 그렇지만 제시카는 헬렌이 '저장해 둬' 라고 말했던 요가를 매일 아침 하게 되고, 그토록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실까지 열게 된다. 헬렌이 그녀에게 남기고 간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토록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과,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회의감 속에서, 말 그대로 '살아있는'관계를 알게 해 주는 것. 자신도 모르게 다시 '살고' 싶다는 느낌을, 원하는 것을 구하게 하는 힘을, 머리를 올리고 미니스커트를 입게 하는 자신감을, 헬렌이 주고 간 것이 아닐까. 그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변화'를.
음, 이 영화를 보면서 「타인의 취향」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생각났다. 역시 '도시인'의 영화. 누군가에게 아름답고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영화들이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게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그런 영화들을 찾아다니면서 보는 건 아닐까.(-_-)
오늘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 제목처럼, Everything Needs Love. 어쩌면 사실이 아닐까. 혼자 있는 사람은 외로운 건 둘째치더라도 재미가 없다. 모두가 다르니까 그것들이 부딪치고 섞이는 세상이 재미가 있고 아름다운 것이다. 흔히 세상을 만화경 Kaleidoscope에 비유하지 않는가. 사랑 받는 것도 좋고, 사랑하는 것도 좋다. 서로 사랑하면 좋겠지만, 외사랑도 때로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법이다. 뭐, 사랑이나 인생에 대한 경험이 매우 부족한 나지만, 그 많은 이들이 사랑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봐서, '사랑'의 가치는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것일 지도 모른다.
+ 이 영화는 미친 듯이 인용구를 많이 쓴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우리는 사물을 볼 때 사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본다.
- 아나이스 닌
(정확히 뭐였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_-;;)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