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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의 생각 조각들과 기록들 (2007 - 2012)

이슬람의 결혼문화와 젠더 서평

by 세로토닌 | 2009년 5월 20일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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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결혼문화와 젠더
(엄익란, 2007, 한울 아카데미)


2009-1 세계사 속의 이슬람 문명 서평과제
2008-11031
수리과학부 진달래


이슬람 사람들에게는 결혼을 하면 종교의 반을 이행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결혼은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책은 무슬림 모두의 문제인 결혼문화의 연구를 통해 이슬람적 결혼 이데올로기와 이슬람의 젠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결혼 경험을 통해서 이슬람의 결혼 문화에 대한 연구 동기를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결혼이라는 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평생을 같이하기로 약속하고, 후세를 만들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인생의 일부분이다. 또한 사회의 관점에서도 결혼은  중요하다. 결혼은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지역사회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후손들이 만들어질 토대가 된다. 만약 개인의 결혼이 잘 성사되지 않으면 사회는 무기력해지고 노화된다.
그러면 젠더란 무엇인가? 젠더란,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인 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사회적 성을 가리킨다. 생물학적인 것 이상으로 사회에서 그 성이 가지는 의미와 그에 대해서 요구되는 역할을 가리키는 총체적인 의미이다. 결혼은 그런 의미에서 젠더를 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차이는 만남에서 두드러지는 법, 남성과 여성이 공식적으로 하나가 되는 자리에서 서로의 기대되는 역할과 사회적인 지위, 권력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이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젠더라는 주제를 이슬람이라는 큰 문화의 틀과 분리하지 않고 접근한다는 점이다. 결혼을 3단계로 분리하여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어떤 점들이 이슬람의 어떤 면과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이슬람 지역의 젠더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이슬람 지역이 어디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저자는 흔히 비슷한 말로 쓰이는 아랍 지역, 이슬람 지역, 중동 지역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설명한다. 또한 동양을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오리엔탈리즘(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태도나 관념, 이미지 등의 총체 )에 의해 기존의 무슬림 여성에 대한 탐구가 베일, 하렘, 일부다처제 등의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그 인식이 획일화되고 일반화된 것을 비판한다. 불평등한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 비추어지는 무슬림 여성의 이미지는 아직도 만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슬람 지역 여성에 대해서 이슬람의 특수성에 주목해서 이해하려고 하면 이는 또 다른 오리엔탈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나라와 지역에 따라 역사와 관습, 풍토가 달라서 같은 이슬람 교리 안에서도 그 모습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슬람과 여성을 연결지어 이야기하면서도, 지역적 차이 등을 고려한 다양한 각도로 문제에 접근해서 이슬람의 틀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획일적인 시각을 탈피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논의의 구체적인 지역인 이집트의 역사(1장)와 이슬람의 전반적인 결혼 이데올로기에 대해 간단히 짚은(2장) 후에, 결혼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그 안에 숨겨진 이데올로기와 문화적 특성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결혼의 첫 과정은 물론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결혼 이데올로기 중 이 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명예와 수치 문화이다. 명예와 수치 문화에 관해서 다음 인용글을 보자.

“지중해 지역의 명예와 수치 개념을 연구한 피트-리버스에 따르면, 명예란 한 개인이 자신의 눈을 통해 본 본인에 대한 가치뿐만 아니라 그 또는 그녀가 속해 있는 사회의 눈을 통해 본 개인의 가치도 포함한다. 이것은 상속되거나 스스로 유지되지 않고, 개인이 일상생활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마다 사회적 지위에 따라 성원에게 요구되는 이상적인 역할 및 규범은 정해져 있다. 사회의 기대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명예가 실추된다.”

    처음 만남의 제안권이나 혼전 순결은 이슬람의 명예/수치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고귀한 여성은 남성의 청혼을 받는 것이 명예스러운 일이라는 인식은 이슬람 뿐 아니라 가부장적인 사회의 매우 많은 곳에 혼재되어 있다. 또한 여성은 결혼 전까지 순결하고, 결혼 후에도 다른 남자들에게 얼굴의 일부 이외를 보여주지 않기를 기대받기 때문에, 평소 여성들만의 공간인 하렘에 거주하면서 몸을 숨긴다. 그런 사회에서 여성의 혼전 순결은 남성 측의 결혼 비용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만남의 길은 넓어졌다. 전통적으로는 여성들의 공간만의 특유한 은밀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집안의 여성 가족들이 상대 집안의 평판 등을 알아보고, 중매인과 각종 인맥을 동원해 배우자를 찾았지만 현재는 서구화의 영향으로 많은 이슬람 나라들에도 서로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렇게 결혼 전에 서로를 사귀는 데이트를 많은 젊은이들이 즐기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품행은 자신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여성의 집안의 명예까지 관련된 것이어서, 남성과 여성에 대해 기대되는 역할 차이는 여전하다. 소극적인 여성과 적극적인 남성이라는 구도 하에서 여성들은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남성의 주의를 끄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칸디요티는 ‘가부장제도와의 거래’ 이론을 통해 가부장 중심의 사회구조 내에서 여성들이 기존 사회의 규범을 깨지 않으면서도 안전과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런 문화는 이슬람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등 많은 가부장제적 사회에서 흔한 일이다. 실제 우리 학교 사람들만 해도 여성이 먼저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일은 좋게 평가되지 않고,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면 남성이 다가올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며 남성에게 주도권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거의 남성이 주도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여성은 선택받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한다. 서구화에 따른 미인 기준의 변화는 이런 이집트 여성들에게 다이어트 열풍을 낳았고, 여성의 몸은 점점 상품화되었다. 또한 일부는 처녀성을 보존하기 위해 생식기를 수술하기도 한다.
셈 족으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히잡 문화도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서구 학자들은 히잡이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그 근본은 여성을 보호하고 고귀한 자유인임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이다. 실제로 히잡을 쓰지 않아도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이슬람교 학생이 히잡을 쓰고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히잡에 대해 억압을 느끼기보다는 자부심이나 전통 유지를 더 고귀하게 여기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후 저자는 결혼의 협상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슬람 고유의 소비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슬림의 결혼이 우리와 제일 크게 다른 점이라면 아마 결혼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 계약서에는 서로의 의무와 권리, 혼납금과 혼수/예물의 정확한 액수 등이 기재된다. 이집트의 경우 결혼은 집안과 집안 사이의 일로서, 부모가 자녀의 결혼에 재정적인 원조를 하는 것은 그들로서는 당연한 의무로 여겨진다. 또한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혼납금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이해타산을 따져서 만드는 결혼계약서를 결혼의 순수성이 침해된다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이런 문화는 명예의 문제와 관련된 큰 혼납금때문에, 가난한 집안은 쉽게 결혼을 하지 못하는 현상마저 만든다. 나슈타리 라굴이라는, 여성이 결혼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면서도 남성의 체면을 치켜세워주는 결혼의 형태도 그렇게 생겨난다.
남성의 혼납금인 마흐르는 선불과 후불로 나뉜다. 선불은 결혼할 때, 후불은 이혼할 때 지급되는 위자료 같은 것이다. 이슬람은 남성이 여성에게 이혼이라는 말을 세 번 꺼내면 바로 이혼할 수 있을 만큼 이혼이 쉽다. 후불 마흐르를 고액으로 책정하는 것은 가벼운 이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최근에 제정된 쿨루 법 에 의하면 여자도 이혼 선언을 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후불 마흐르와 재정적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잘 행해지지 않는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배우자 선택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심지어 자신의 결혼에서도 여전히 발언권이 적다. 결혼 협상은 남성과 신부의 남자 가족만이 참여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에게 아예 권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남성과 자신들의 사교모임을 통해서 마흐르의 책정 기준과 혼인계약의 내용에 대해서 깊게 간섭하고, 이것은 큰 영향력이 있다.

저자는 세계화가 이집트의 결혼문화에 미친 영향도 결코 작게 보지 않는다. 저자는 실제 결혼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세계화의 영향을 찾는다. 드레스 색깔은 전통적인 분홍에서 흰색으로 바뀌었고, 많은 결혼에서 케잌 커팅을 하고, 남녀 모두가 결혼에 참가할 수 있는 결혼도 많이 행해진다.
또한 지역별로 다른 결혼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앞서 말한 절차를 통해 계약을 맺은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결혼이 있는가 하면, 국가별로 비합법/비공식적인 결혼 문화도 존재한다. 동거나 사실혼 형태의 결혼이 그에 해당하는데, 결혼 대리인이 없다는 것이 이들 결혼이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또한 대리인이 없다는 것은 쉽게 결혼 사실을 비밀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므로, 이슬람의 결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대중에의 공표’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한다. 이 중에는 젊은 연인을 위한 이집트의 우르피 결혼, 결혼을 못한 여자를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스야르 결혼이 있고, 일정 기간 동안만 결혼하는 이란의 무타 결혼이라는 것도 있다.
이렇게 지역별로 문화는 다 다르지만, 이슬람 지역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곳에서 세계적(혹은 서구적)결혼문화와 지역의 결혼문화가 혼재되고 있다. 대부분은 절차를 잘 지켜서 혼인을 치르지만, 남녀의 극단적인 분리는 이제 많이 없어지고 있다. 동질화, 특성화, 혼성화라는 세계화의 세 패러다임은 이슬람의 결혼 문화에 함께 잘 용해되어 있다. 그리고 문화는 사람들의 취향과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변해갈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역사 수업을 통해 비교적 재미없게 느꼈던 이슬람을 결혼이라는 인류 공통의 문화이자 피부에 와 닿는 매개체를 통해서 더욱더 생생하게 이슬람 문화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나서 여성 연구자의 여성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서, (저자가 원한 만큼)무슬림 여성의 삶에 대해서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내가 주목했던 것은 기존의 사회적 틀을 깨지 않고서도 자신의 뜻을 피력하는 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무조건 가부장제에 억눌려 있다고 생각하는 점은 편견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무슬림 여성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만든 소극적인 변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실제로도 일이나 발언을 누가 주도할 수 있는지의 차이는 적지 않다.

또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결혼 이후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점이다. 책의 초점은 결혼 과정 그 자체였지만, 실제 결혼은 할 때의 영광을 그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모습과 그에 대응하는 국가/사회의 태도 등은 다른 많은 결혼의 소주제들과 함께 이야기할만한 중요한 주제이다. 처녀성을 지키지 못한 여성에 대해서 집안에서 명예살인을 하기도 하고, 여성에게는 전혀 발언권이나 이혼 제기권이 없는 문화에서 여성은 남편의 아내폭력에 대해서 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실제로 파키스탄에서는 전통적인 여성 억압 문화인 퍼다(무슬림 여성에 대한 성차별)의 영향으로 80%정도의 여성이 학대를 받는다.  또한 미국, 볼리비아, 방글라데시, 케냐 등 전세계 여러 문화권의 나라에서 심각한 수준의 아내 폭력이 보고되고 있다. 저자의 노력도 충분히 가상하지만, 결혼의 영광만 보여주기보다 더 나아가 어두운 면, 즉 아내 폭력 문제의 양상이나 정도가 어떤지에 대한 언급도 되었다면 좀 더 이슬람의 진정한 결혼문화에 대해 많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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