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otonin Paper

세로토닌의 생각 조각들과 기록들 (2007 - 2012)

비지찌개(미완)

by 세로토닌 | 2007년 5월 2일 00:37
조회 74 댓글 0
내가 난생 처음으로 비지찌개라는 걸 처음 먹어보고, 그게 매우 맛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1월 중순,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에는 한겨울이었다. 하루에 몇 명 없는 입시상담은 길어졌고, 나는 순서를 기다리면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자료집을 훑어 보거나 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담임과 원서에 관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난 이미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해 본 뒤에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담임은 내게 오르비에서 나온 자료를 보여주면서 서울대는 많이 불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배가 고팠지만 담임과 밥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상황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수능 이틀 전이었다. 수능은 목요일이었고, 수능이 있던 주 나는 주번이 되었다. 우리 반에서 수시에 붙은 단 한 명의 여자애가 매주 계속해서 주번을 맡기로 하고, 순번을 돌아가면서 나머지 한 명을 채우는 구조였는데, 그 때는 그게 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전날에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시고, 수술을 받는다고 했다. 원래도 영어학원에 다니느라 2교시만 끝나면 집에 가던 애가, 아예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주번 일을 여유롭게 같이 도와줄 만큼 한가한 아이는 없었다. 매일 종이와 캔으로 쓰레기통은 넘쳐났고, 주번이 할 일은 산더미같았다. 항상 두 명이서 해 왔기 떄문에, 청소시간 등 제한된 시간에 꽤 많은 일을 해야 된다는 게 얼마나 많은 건지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어쨌건 닥치고 일을 했다. 공부도 많이 해야 했다. 내가 청소를 하고 여기저기 쓸고 있을 때 책을 파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혼자였다. 같이 주번하는 여자아이에게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 도와주겠다는 친구가 있었지만, 이건 웬지 억울했다. 담임에게 가서 말했다. 혼자 하는건 힘드네요. 그가 말했다. 며칠 안 남았는데 그냥 끝까지 혼자 해라.

결국 그와 싸우고 말았다. 일을 낸 건 그쪽이었다. 화요일, 나를 회화실에 가둬 놓고 그는 지금까지 나를 보면서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을 모두 쏟아냈고, 나는 나대로 학급 일처리 등 담임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는 원래 애들에게 그다지 공평하지 않게 구는 것으로 많이 미움받았는데, 나는 직접 당해 본 일이 없어서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아, 저래서 애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거였구나. 그는 수능 이틀 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까지 성적이 계속 좋게 나왔으니, 설마 이틀 전에 일 좀 하고 선생한테 혼 좀 나기로서니 수능을 못 보겠느냐, 라는 뻔뻔하고 무책임한 말까지 덧붙였다. 수학선생답게 논리적으로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같았다. 차라리 아무 말 안하고 넘어가고 그 시간에 청소를 했더라면 공부라도 더 했을 것을, 그와 싸우는 덕분에 자습시간까지 날아갔다.  한참동안의 설교 끝에 그는 적선이라도 하듯이 같이 청소를 하자고 제안했고, 나는 청소도구를 씻는 척 하면서 화장실에서 화장실 문을 발로 차거나 청소 도구를 던지거나 하면서, 소리 죽여 울었다. 바로 옆반에서 자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어쨌건 너무 분하고, 너무 억울했다.

도무지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수능처럼 큰 시험을 위해서는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고, 시험 시간에 딴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감정적 동요도 없어야 되고, 공부도 그만큼 많이 해야 된다고 한다. 그 정도 시간쯤, 친구들이랑 가볍게 수다떨었다고 생각해버린다면 나았을 것이다. 그 정도 분노 쯤, 지나가던 개가 짖나, 하면서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로 나를 신경쓰이게 하고, 수능시험을 치면서까지 그가 쏟아놓던 말들이 귓가에 들리게 만든 것은, 그의 행위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말하던 그 조그마한 무책임함 때문이었다. 수능 전날 사탕과 휴지 같은 필수품과 수험표를 주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그는 내게 이야기를 건넸었다. "시험, 잘 볼 수 있지?" 속에서는 온갖 욕이 다 나왔다. 내가 이 상황에서도 당신에게 싱긋 웃으면서 괜찮은 척을 해야 하나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받을 것만 받아 자리에 들어왔다.

다음날 나는 결국 수능시험을 망했다. 최고점보다는 50점, 평소 성적보다는 30점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 책임을 담임에게 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확실히, 10월 모의고사 때 제일 높은 성적을 낸 이후로 나는 해이해졌고, 수능을 보기 직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각종 개념정리나 오답노트 복습에도 소홀해졌었다.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노래방에 가기도 했으니 모범생이 할 짓은 아니었다. (정말 많은 아이들이 동참하긴 했지만.) 그러나 최소한 그가 책임감만은 느끼길 원했다. 실제로 그것이 원인이 아니고 나도 수긍하면서도, 단지 그만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완성. 쓰기 힘드네요 ㅠㅠ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11-28 13:2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