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 자살하다
by 세로토닌 | 2009년 1월 4일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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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p
로마노가 춤을 추면서 시궁창 냄새를 공기 속으로 차올리는 바람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진 그 냄새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바로 그때, 버즈 로마노의 머리 위에서, 1년 전 우리가 그 방을 나갈 때와 달라진 유일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쯤 바람 빠진 풍선들 사이로 밤색과 흰색 가죽으로 만든 보니의 구두가 내려와 있었다. 보니가 파티 장식이 매달려 있던 들보에 줄을 맸던 것이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버즈 로마노만 계속 춤을 추었다. 그의 머리 위에서,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보니는 피냐타처럼 말쑥하고 즐거워 보였다.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우리는 보니와 흰색 고탄력 스타킹을 신은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 후로 지금까지도 떨쳐 버리지 못한 부끄러움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훗날 우리가 상담을 받은 의사들은 그러한 반응을 충격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 느낌은 마치 보니가 지금 자신의 죽음과 삶, 다른 자매들의 삶에 얽힌 비밀들을 웅얼거리며 들려주고 있는 것처럼,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너무 늦게 관심을 가진 데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흔들리지조차 않았다. 그렇게나 무거웠던 것이다. 그녀의 젖은 구두 밑창에서는 운모 조각들이 반짝이며 떨어져 내렸다.
우리는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알았던 적이 없었다. 그걸 깨닫게 하기 위해 그들은 우리를 여기로 데려왔던 것이다.
우리가 떠나간 그녀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면서 얼마나 오랬동안 그렇게 서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입김이 모여 일으킨 바람이 밧줄에 매달린 보니를 한 바퀴 돌려놓았을 정도로 긴 시간이었던 건 확실하다. 그녀는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는데, 한순간 해초처럼 엉켜 있던 풍선들 사이로 보니의 얼굴이 드러나면서 그녀가 선택한 죽음의 실체를 보여 주었다. 그것은 시커먼 눈구멍과 사지 끝으로 모여든 피와 굳어 가는 관절로 이루어진 세계였다.
나머지 자매들이 어떻게 되었으리라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그 일들이 일어난 순서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도 옥신각신하곤 한다. 다수의 의견에 의하면, 보니는 우리가 거실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꿈에 젖어 있을 때 죽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보니가 발밑의 트렁크를 차 내는 소리를 들은 메리가 오븐 속에 머리를 집어 넣었다. 그들은 필요할 경우엔 서로를 도와주기 위해 기다렸던 것이다. 우리가 지하실로 내려가기 위애 부엌을 지나갈 때만 해도, 메리는 아직 살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재어 보니, 그때 우리는 채 60센티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메리를 스쳐 지나갔다. 진과 수면제를 목구멍이 가득 찰 때까지 삼킨 터리즈는 우리가 그 집에 들어갔을 때에도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럭스가 제일 마지막으로, 우리가 그 집을 나오고 나서 20-30분 뒤에 죽었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그 집을 뛰쳐 나오느라 우리는 여전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차고에 들르는 걸 깜빡했다. 럭스는 잿빛 얼굴의 차분한 모습으로, 코일이 그녀의 손바닥까지 타 들어간 라이터를 손에 쥔 채 자동차 앞자리에서 발견되었다. 그녀는 우리의 상상대로 자동차를 타고 떠났던 것이다. 다만 나중에 우리가 깨달은 것은 그녀와 언니들이 평화롭게 죽을 수 있도록 우리를 그 자리에 붙들어 놓기 위해 그녀가 우리의 벨트를 끌렀던 거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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