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otonin Paper

세로토닌의 생각 조각들과 기록들 (2007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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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로토닌 | 2009년 1월 18일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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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중학교에 들어가면 성적에 전혀 기록되지 않는 배치고사라는 시험을 본다. 초등학교 때도 공부를 잘 했던 나는, 그때 딱히 배치고사 대비 공부를 했던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신있게 시험을 봤다. 그런데 마킹이 잘못된 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나는 전교 314명 중에서 246등을 했다. 단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등수였다. 엄마는 학부모 모임에 다녀와서 나를 보며 싸늘하고 실망스러운 눈길을 주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했다. 물론 기분이 나빴던 나는 그 다음 중간고사에서 전교 2등을 했다.

나는 이번 학기에도 학점이 별로 안 나왔다. 성적표가 집에 간 날, 밥을 먹고 있던 나는 화가 난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매우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길 좀 하자고 말하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리고 어제 나는 집에 갔고 오늘 왔다. 엄마는 일요일 아침에 늦잠을 자는 나에게 그러니까 학점이 안 나오지, 얼마나 공부를 안 했으면 등의 말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고, 아빠도 거기에 동참했다.

나는 대체 학점이나 성적이 안 나오는 게 왜 엄마가 나한테 실망을 하고 화를 내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도둑질을 하거나 학교에서 싸움을 해서 소년원에 가거나 하는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어떻게 사는지, 학교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다니는지, 영어로 된 물리학 책을 보면서 집중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른다. 고급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고, 수업이 끝나고 공부할 곳을 찾아 매일 헤매는 게 큰 학교에서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인지도 잘 모른다. 엄마는 내가 학점이 왜 안 나왔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엄마는 일요일 아침에 늦잠을 자는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면 뭐가 바뀔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성적이 안 나온 아이에게 설득도, 대화도 아닌 화를 내는 것이 서로에게 대체 어떤 소득을 주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내가 알기로 내가 학점 안 좋은 것이 엄마한테 안 좋은 것은 단 하나. 학부모 모임 때 (그것도 과고 엄마들이랑) 서울대 간 수글이네 누나는 학점이 얼마나 나왔대요? 라는 질문이 나올 떄 3점이 못 넘는다고 말하는 것이 기분나쁜 것?

나는 엄마한테 있어서, 9년 전부터, 그저 자랑할 수 있는, 좋은 성적을 내는 기계일 뿐이었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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