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 (방명록)
전체 글 822개 • 18 / 42 페이지방명록 남기기
chatte♥
2007년 10월 16일 22:16 달래 간만일세 -
내가 잘 사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너의 성적표는
적어도 니가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있어서만큼은
매우 잘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있었어 ㅎㅎㅎ
한달쯤 - 남았을까
수능이 며칠인지 며칠 남았는지조차
그리고 수능이 몇 문제였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레포트의 페이지 수,
영어 에세이의 서식에 목매고 있는 어줍잖은 대학생은
어느샌가 수험생의 순수한 열정을 잃어버린거 같아
혼자 가을타면서 슬퍼하고 있어
내가 뭐라든 지금은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테지만
내년에 함께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았을 너를 위해 !!! ㅋㅋ
마지막까지 뒷심 잃지말라구 화이팅 해주고 간당
달려라 진달래 +ㅅ+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27 00:47)
내가 잘 사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너의 성적표는
적어도 니가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있어서만큼은
매우 잘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있었어 ㅎㅎㅎ
한달쯤 - 남았을까
수능이 며칠인지 며칠 남았는지조차
그리고 수능이 몇 문제였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레포트의 페이지 수,
영어 에세이의 서식에 목매고 있는 어줍잖은 대학생은
어느샌가 수험생의 순수한 열정을 잃어버린거 같아
혼자 가을타면서 슬퍼하고 있어
내가 뭐라든 지금은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테지만
내년에 함께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았을 너를 위해 !!! ㅋㅋ
마지막까지 뒷심 잃지말라구 화이팅 해주고 간당
달려라 진달래 +ㅅ+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27 00:47)
은혜
2007년 10월 16일 21:23 나 네이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봤는데-_-;;
2.10 블루노트 공연본 날 포스팅이 검색되더라구^^;;ㅋ
있지, 그것좀 검색제외 해주면 안될까나? '-'ㅋㅋ
쏘리쏘링~~ㅋ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27 00:47)
2.10 블루노트 공연본 날 포스팅이 검색되더라구^^;;ㅋ
있지, 그것좀 검색제외 해주면 안될까나? '-'ㅋㅋ
쏘리쏘링~~ㅋ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27 00:47)
에리얼
2007년 9월 30일 05:14 이시간에도 잠을 안자는 나는 뭐지..;;
밀린 드라마 챙겨보니라 그랬을 꺼야 아마두...
곧 시험기간인데, 정신이 해이해졌음-_-
매번 좋은 성적이 나오는듯(?)해서 보는 내가 뿌듯하다 푸핫ㅋ
얼마 안남았네,
평소대로만해 평소대로만~
밀린 드라마 챙겨보니라 그랬을 꺼야 아마두...
곧 시험기간인데, 정신이 해이해졌음-_-
매번 좋은 성적이 나오는듯(?)해서 보는 내가 뿌듯하다 푸핫ㅋ
얼마 안남았네,
평소대로만해 평소대로만~
상은혜
2007년 9월 25일 13:52 안녕~ 달래야^^ㅋ
발길이 뜸해서 미안;;ㅋ
추석은 잘 보내고 있니?
나는 어제까진 나태하게 지냈는데
오늘부턴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열심히 달려볼 생각이야..
작심삼일이라지만 삼일마다 결심하기.
살 날이 얼마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당장 죽어도 후회 없이 열심히 열심히~ >_<
달래도 열심히 열심히~ >_<
헤헷 그럼 안녕! 잘지내!!!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27 00:47)
발길이 뜸해서 미안;;ㅋ
추석은 잘 보내고 있니?
나는 어제까진 나태하게 지냈는데
오늘부턴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열심히 달려볼 생각이야..
작심삼일이라지만 삼일마다 결심하기.
살 날이 얼마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당장 죽어도 후회 없이 열심히 열심히~ >_<
달래도 열심히 열심히~ >_<
헤헷 그럼 안녕! 잘지내!!!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27 00:47)
세로토닌
2007년 9월 19일 00:10 ^^♡
세로토닌
2007년 9월 19일 00:09 니 싸이에 놀러갔어잉>_<ㅋㅋㅋㅋ
다이어리 덧글은 원래 다 없애는가 보구나 ㅠㅠ ㅋㅋ
흠... 안됐네 ㅠㅠ 어떡하면 좋니......참;;
또 모르지! 기회일지도.
건강해지면서 다른 공부 같은거 여유롭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히히 ''/
다이어리 덧글은 원래 다 없애는가 보구나 ㅠㅠ ㅋㅋ
흠... 안됐네 ㅠㅠ 어떡하면 좋니......참;;
또 모르지! 기회일지도.
건강해지면서 다른 공부 같은거 여유롭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히히 ''/
어린왕자
2007년 9월 18일 15:33 선배, 안뇽~
공부는 열심히 하고 계신가요~
저는요~ --(삐삐)하게 됐어요.
삐삐가 궁금하면 내 싸이에 놀러와잉 >_<
공부는 열심히 하고 계신가요~
저는요~ --(삐삐)하게 됐어요.
삐삐가 궁금하면 내 싸이에 놀러와잉 >_<
.
2007년 9월 13일 14:58 .
세로토닌
2007년 8월 25일 01:02 이게 언제적 방명록이야...ㅋㅋ
세로토닌
2007년 8월 25일 00:36 I trust you. cheer up!
세로토닌
2007년 8월 25일 00:34 열심히 하고 있으리라 믿어 !
요 밑에 너네 반 친구가 있구나 ㄲㄲㄲㄲㄲ
인사라도 하고 지내지~~
세로토닌
2007년 8월 23일 00:26 최근 정치판과 되돌아보는 문제의 괴기 법률 (이공계 국가 과학 기술 보안법)
http://cafeanimate.net/zboard/write.php?id=cafe&no=205519
글 쓰신 곽재식님께서 출처 표시와 거침 없는 딴지 바란다는 당부만 있으면 얼마든지 퍼가라고 하시는군요.
최근 정치판과 되돌아보는 문제의 괴기 법률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13254
------------------------------------------------------------------------
안녕하십니까. 항상 좋은 글 많이 읽어 왔습니다만, 직접 글 남기는 것은 매우 오랫만인듯 합니다.
요즘 형국을 보다가, 모 게시판에 올린 글을 편집하여, 글을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좀 흥미롭게 쓰려고 하다보니, 약간 거친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하게 잘못된 내용이 있다 싶으시면, 무엇이든 지적해주시면 즉각즉각 반영하겠습니다.
영화 같은데 보면, 사업상의 기밀을 외국에 빼돌려서 제 배를 불리려는 나쁜놈이 악당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의 예로 꼽자면, 박중훈, 차태현이 나온 "투 가이즈" 같은 영화가 있겠습니다. "화이트 칼라 범죄"니, "배운놈이 더 약아빠진 매국노"라느니 하는 이야기와 함께 자주 회자되는 일입니다.
당연히 이런 짓을 하다가 들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법에는 이유는 왜인지 상당히 알기 어렵지만, 빼돌린 기밀이 "기술" 분야이면, 손해 배상을 다 해줘서 금전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게 해 준다하더라도, 정부에서 죄를 물어 감옥에 가둘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과학"이나 "기술"이 가지는 무슨 특별한 의의 같은 것에 이유가 있을진데, 정확한 영문은 법률에 잘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좀 알기 어렵습니다.
여기까지만해도 그러려니 싶습니다만, 문제가 점점 괴기스러워지는 발단은 과학기술 분야는 내용이 좁고 깊게 세분화 되어 있다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화영끔 연구원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이 양반은 4륜구동 자동차의 브레이크 체계 설계 기술을 연마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자동차 브레이크 체계랑 상관있는 회사가 무슨 냉면집이나 붕어빵장사, 치과의사나 변호사 처럼 많지가 않습니다. 붕어빵 장사야 재식이네 붕어빵 집에서 한 사람 나가면, 옆동네 듀나네 붕어빵집에서 한사람 고용해 오면 되고, 변호사가 로펌에서 스스로 나가면, 한해에도 우수수 쏟아지는 고시 합격자들 중에 한 사람 데려 오면 됩니다.
그러나 브레이크 체계 설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 회사 딱 한군데고, 순수연구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도 한두군데 입니다. 한 사람 나가면 갑자기 데려올 곳도 없고, 한 사람 쫓겨나면 또 갈곳도 없습니다.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은 특별히 뭐 나쁜짓을 하지 않더라도, 단지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 만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당장 사람을 구할 수가 없게 되고, 곧장 경쟁에 뒤쳐지니 말입니다. 특히, 그 사람이 중요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심각해 집니다.
그래서, 보통 이런 회사들은 꼼수를 씁니다. 사람을 고용하면서 각서를 쓰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전직 금지 각서"라는 것인데, 회사에서 해고당하거나 회사에서 퇴직했을 때, "저는 회사에 짤려도 3년 동안은 취직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맹세를 하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3년이 가장 많고, 짧은 곳은 1,2년, 이상한 곳은 5년을 맹세하는 곳도 있습니다.
조금씩 변태스러움의 기운이 느껴지신다면, 제대로 짚으셨습니다.
자,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맹세" 각서일 뿐이고, 무슨 법률이나 지침이 아닙니다. 내가 각서에 서명했다고 하지만, 회사가 무슨 조폭조직도 아닌데, "야, 화영끔 연구원! 너 왜 우리 회사 관두고 딴데로가? 죽을래?" 그러면서 사람 감금하거나 강제노역시키거나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기술자나 연구원이 무슨 노비도 아닌데 말입니다. 정말로 회사에 문제가 된다면, 회사가 소송을 걸어서 연구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화영끔 연구원을 어디 가두거나 붙잡아 놓고 취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외국에 기술을 빼돌렸다" 입니다.
화영끔 연구원이 왜 회사를 관두는고 하니, 아마도 다른 나라 회사에 우리 회사의 기술을 빼돌리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매우 유리한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렇게 될 경우, 산업스파이 사건이 되기 때문에, 무려 중앙정보부(국정원) 에서 출동해서 사람을 조사하게 됩니다. 단지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귀찮게 하고 고달프게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귀찮은 소송과 조사 작업을 중정과 검찰에서 대신 맡아 준다는 엄청난 이점도 있습니다.
무려 중정이 하는 일인데, 호락호락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3심까지 재판 진행하면, 짧아도 2,3년 길면 5년이상 재판이 진행됩니다. 그 긴 기간동안 변호사 비용은 마구 날아가고, 재판정 들락거리랴, 감옥에 안가려고 신경쓰랴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해집니다. 당연히 그 긴시일 동안 새 직장을 구하거나, 편안하게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결과적으로 말끔한 무죄 판결 받았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촉망받는 연구원이었다가 갑자기 재판에 잘못엮인 죄아닌 죄로 긴긴 법정공방 과정에서 가정파탄나고, 재산날리고, 정신병까지 얻어서 사람 폐인되고 인생 망치는 경우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이렇게 2,3년 끌면, 무죄건 유죄건 관계없이 반대편에서는 사실상 승리한 것입니다. 무죄라도 반대편에서는 상관없습니다. 어쨌거나, 반대편에서는 화영끔 연구원이 나가서 입을 손실을 메꾸는데 충분한 시간을 벌지 않았습니까? 화영끔 연구원이 토요타 같은 회사로 가서 최신형 브레이크를 개발해낼지도 모르는데, 재판하는 3년간 그걸 지연시켰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입니다. 애꿎은 화영끔만 괜히 재판에서 이기고도 폐인될 뿐이지만, 반대편으로서는 잃을게 없습니다.
둘째는, 사건을 "외국에 기술 빼돌렸다"로 몰면, 여론에서 아주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야, 인터넷 덕분에 기술자, 연구원들이 죽어라 덧글을 달아대기에 좀 덜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술 빼돌리려다가 잡혀~" 같은 기사 뜨면, 사실확인이야 어찌되었건 일단 "매국노"라고 욕해대는 것이 우리문화입니다. 무죄추정 원칙 같이 이런때 쓰라고 있는 이야기는 거의 아무도 신경안쓰는 듯 합니다. 중정에서 요원들이 들이닥쳐서 수사하러 오는데다가, (보통 심리적 압박감을 이용하기 위해서 새벽 2시, 3시 경에 자고 있을 때 갑자기 들이닥쳐서 집을 뒤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인종차별 의식이 꽤 널리 퍼져있는 중국/대만 쪽과 어떻게 엮여 있다 싶으면 "너무나 큰 문제다" 라는 인식 때문에 구속되어서 정식 재판 이전에 일단 빵에 갖히고 부터 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연구원과 기술자 쪽이 "죄인"과 "악인"의 위치에 서 버리게 되어 버립니다. 브레이크 연구하던 사람이 법정에서 검찰들과 회사의 법무팀을 상대로 싸워다가는 것만해도 매우 고달픈데, 도덕적으로도 매국노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연구원 입장에서는 가정과 직장을 포기하고 재판을 해야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항상 그런 일을 하던 사람들이 자기 직업대로 재판정에 서는 것 뿐입니다. 심리적으로도 여러모로 무척 괴롭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식으로 사람을 얽어 맬 수 있는 과학/기술 보호 법률이 무려 열가지 정도가 있었습니다. 제 말이 아니고, 모 산업자원부 고위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스스로 밝힌 이야기 입니다.
이것이, 작년까지 한국의 비참하다면 비참하고 황당하다면 황당한 현실이었습니다. "직장을 옮기면, '기술 빼돌리기를 추궁'해서 빵에 가두고 징역을 살리겠다면서 괴롭힐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혹자들은 천년전에 망이, 망소이 형제를 따라 "사람 대접 해달라"며 항쟁한 고려시대 기술자들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 푸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당시 망이, 망소이 형제가 이끈 혁명군의 주요 거점이 현재의 공주, 유성, 대덕연구단지 일대였습니다.
작년까지는 그랬다면, 올해는 어떻게 되느냐.
올해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습니다.
즉, 이제는 "직장을 옮기면, '기술 빼돌리지 않아도' 빵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률이 하나 더 추가된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바로, 2004년, 이광재․강혜숙․권선택.김교흥․김낙순․김덕규.김원웅․김재윤․김재홍.김태년․김혁규․김현미.노영민․노현송․박재완.박찬숙․배일도․백원우. 서갑원․서재관․신국환.안민석․엄호성․염동연.오제세․이근식.이은영․정문헌․정성호.정청래․조일현․최인기.한병도 등과 현재 범여권의 모 대통령 선거 후보 등등 총 20여명의 국회의운들이 힘을 합해 발의해서 만든, "산업기술보호법"이라는 희대의 악법 때문입니다.
이 법안의 내용은, "산업기술"에 한해서는, 아무런 악의 없이 어떤 기술도 빼돌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기술이 이전된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3년까지 빵에 집어 넣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36조 3항) 뭘 "산업기술"로 하는지는 중앙정부부처의 두령들이 스스로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우기, 만약 외국 회사로 취업하거나, 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일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엮이게 된다면, 어떤 법도 어기지 않고 모든면에서 우호적인 완전히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다 하더라도, 어쨌건 가볍게 5년까지 빵에 집어 넣을 수 있습니다. (14조 5항) 만약 빵에 가지 않고 싶으면, 산업자원부 장관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기술자와 연구원을 정부가 구속하는 자리에서 계속 일하도록 일제히 통제시키려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만약, 너무나 너무나 억울할 경우에, 산업자원부 산하 단체에 조정 신청을 할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이 "조정 신청"은 별 구속력도 없거니와, 조정 신청을 접수하고 검토 받으려면 "소정의 수수료"를 자비로 납부해야 합니다. 대체 이딴 법을 왜 시행하는지 도무지 알기 어려운데, 법조문에 실린 "목적"을 보면, 무려 " 국가의 안전보장 (어디서 많이 듣던 말)과 국민경제의 발전 (역시 어디서 많이 듣던말) 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겨우 이정도라면(?), 어느 관료조직이라도 종종 저지르곤 하는 다양한 바보짓들에 비해서 특별히 "희대의 악법" 으로 부각될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미국에도 각 주에 여러 황당한 법안들이 남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정말로 아름답고 멋진 대목이 추가로 들어가 있으니, 바로 이 법안의 37조 입니다.
이 법안 37조의 내용은 "'직장을 옮기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빵에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악명높은 "예비, 음모" 조항입니다.
즉, 실제로 기술을 이전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하더라도, 그럴 기미가 있다고만 판단되면, 3년까지 빵에 집어 넣을 수 있는 조항이 대명천치에 멀쩡하게 법 조항에 들어가 있습니다. 참고로 이 법안을 발의자로 나서서 이런 법률이 제정되도록 앞장선 20인의 국회의원들은 모 범여권 대통령 선거 후보를 비롯하여, 대부분이 국가보안법을 개정해야한다느니, 폐지해야한다느니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양반들은 정말로 기술자나 연구원들은, 일반 시민과는 다른 무슨 특별한 종류의 인간으로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자나 연구원들은 별종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특별관리해서 꼼짝못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가 하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그런것을 "천민"이니, "백정"이니 좀 나가면 "노비"니 하고 부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국회의원이라고 명패만 금빛으로 폼나게 새겨 놓았지, 사실 그냥 엎드려 퍼질러 자다가 누가 서류 내밀면, 아무거나 도장 쿡쿡 찍어 주는 일만 한거 아닌가 하는 상상도 감히 해 봅니다. 똑바로 생각하면서 읽어보기만 하면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적어도 20명 중에 열댓명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따위 짓을 해 놓은 것은, 말만 국회의원이지, 자기 이익 쫓아서 의회장 바닥에 드러눕고 몸싸움이나 하고, TV카메라 들어오면 시민들에게 자극적인 대사나 할 궁리만 하지, 대체 뭐하는 인간들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게, 국회의원이라면, 저도 누구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습니다. 도장 들어서 빨간 인주에 골고루 묻힌뒤에 종위위에 찍는 거. 저도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므로, 아주 잘 할 수 있습니다. 덩치 크고 맷집 좋아서 몸싸움도 잘할 자신 있습니다. (시켜주세요.)
여기서 잠깐 시각을 바꿔서, 비난만 하지 말고 조금만 더 내부를 상상해 보면, 또 더 재미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정부부처의 공무원들. 다들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그 어렵다는 고시 합격한 수재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맨날 폭탄주 마시면서 접대 받으러 가서 소쩍쿵 노래에 맞춰서 영구 땐싱이나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다들 두뇌가 있고, 금치산자가 아닌 정상적인 인간들인데, 이런 법의 문제점을 모를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딴 법을 만든 것입니까?
명목상의 이유야,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입니다만, 현실적인 다른 이유들도 추가로 좀 찾아 보겠습니다. 이 양반들이 어디서 뇌물먹었다거나, 사상이 괴이하다거나, 하는 근거 없는 생각 없이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만 몇개 골라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유력한 것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법안을 꾸민 부처인 모 부처에 돈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그 감시와 관리, 조정의 주체를 모 정부 부처로 하고 있습니다. 법이 시행되면, 법 집행을 위해서, 무슨 위원회도 만들고, 위원도 뽑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해당 부처에 부하직원들을 늘릴 수 있고, 예산도 그만큼 더 타먹을 수 있습니다. 모든 정부부처들은 이런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누가 부하 더 생기고, 부처 더 커지고, 돈 더 많아진다는데 싫어하겠습니까. 당연히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 입니다.
따라서, 당장 자기 부처에 실적을 만들고, 예산을 따오려면, 뭔가 큰 껀수를 저질러야 하고, "산업기술보호법" 같은 정도의 껀수면 꽤 부작용이 있다손 치더라도 해볼만한 건덕지가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TV와 신문에 나와서 말하기에 폼나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에 유행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따라온다' 론" 입니다. 당연히,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추격하네마네, 하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또, 미래에는 기술이 중요하다. 과학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는 어릴때 우주소년 아톰 볼때 부터 항상 듣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인터넷 쓰고, 휴대전화 쓰다보면, 어, 과학기술 뭔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기도 이 나라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뭔가를 했다고 좀 설쳐야 폼도 나고 말할 거리가 생깁니다. 그런데, 뭐가 도움이 되는지 금방 알기 어렵습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싶어서 그렇게 뼈빠지게 선거 운동했고, 나라에서 봉급도 두둑히 준다면, 좀 공부하고 자기가 도장찍을 법안에 대해서는 스스로 고민도 좀 해봐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머리도 아프고, 단식투쟁이니 삼보일배니 뭐 다른 쇼도 하느라 피곤하기도 합니다. TV출연이나, 옷 뭐 입고 다닐지, 누구한테 인사하러 가야 장차관 자리 하나 떨어질지 다른 궁리도 많이 해야 합니다. 법안이야, 뭐, 겨우 국회의원의 본분에 지나지 않는 일이지 않습니까? (대체 그럼 국회의원 뭐하러 한 겁니까?)
생각안하고 그냥 쉽게쉽게 넘어가려고 하기 쉬울 것입니다. 뭔가, 금방 쉽게 와닿는 거에 나도 하나 이름 대면서 끼고 싶은데, "산업기술보호법" 이거 좀 알 것 같습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는 목적도 어디서 많이 듣던 거창한 표현으로 그럴싸하게 들리고, "산업스파이" 뭐 이런거 "원더우먼"이나 "미녀삼총사" 이런데서도 많이 본 거 같습니다. 옳거니, 하고 동참해 보는 것입니다.
사실 비슷한 법안이, 정부부처의 주도로 한번 통과될 뻔한 일이 있었는데, 세를 몰지 못하고, 과학기술계에서 반발도 해서 무산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거 지켜보는 거 참 피말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무산된지 채 석달이 지나지 않아서,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 20명 국회의원 일당들이 갑자기 튀어 나왔습니다. 정부부처 주도로 통과되던 것을 겨우 막았더니, 이 양반들이 국회의원 주도로 법을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20명 각개 격파를 할 수도 없고 하니, 시민단체에서 접촉하기도 더 어렵습니다. 결국 그렇게해서 법안이 나오고 통과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 20명의 국회의원들과 그 중에서 대통령 하겠나고 나온 모 범여권 후보에게,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좋지 않은 감정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 속칭 "산업기술보호법"은 2006년 10월 27일에 제정되어서, 현재 공포되어, 시행중에 있습니다. 원래, 법안의 명칭은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이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지원"이란 말을 빼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식 명칭이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아주 약간은 솔직해 진 것이라고 할지.
그 외에도 이 법안에는 "이공계 대학의 교수 및 학생들도 모조리 대상이다"라든가, "이익 목적 없이 인류의 공공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연구도 하여간 처벌할 수 있다"라든가, 별별 이상한 내용들이 속속 숨어 있습니다. 원래는 명시적으로 "직장을 옮길 수 없다"라는 문구를 집어 넣으려고 했는데, S모 단체등, 워낙 과학기술계에서 반발이 심하다보니, 그 말은 뺐다고 합니다. 무슨 고대 인도 카스트 제도도 아닌데, 어떻게 "직장을 옮길 수 없다"라는 문구를 넣으려고 상상했는지, 그 상상 조차가 좀 황당무계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길게 글을 썼는데, 더 흥미진진한 것은 후속대책들입니다.
당연히 이런 법이 시행 되게 되면, 국내 기술자, 연구원들은 최대한 국내 회사를 기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국내에는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등의 해외 기술진들이 연구를 하게 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해서 국내 과학 발전이 뒤쳐지게 되고, 외화가 유출되는 것은 일단 둘째치고, 아예 이 "산업기술보호법" 때문에 오히려 기술유출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이렇게 해서 해외 연구인력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이 양반들은 훨씬더 원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국내의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따위 법안이 있는 한국에서 박대받는 기술자로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훨씬 대우가 좋은 곳으로 마음먹을 확률이 높습니다. 더하야, 국내 연구원들은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옭아매어 빵에 집어넣을 수 있지만, 이따위 법을 내세워 외국 연구원들을 잡아 오기는 어렵습니다. 한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였다고 하지만, 설마 이런 법을 빌미로 내세워서 중국이나 러시아 정부와 맞붙으려 하겠습니까?
거기에다, 한미FTA 이니, 하는 국제 통상 조약에서는 공정거래를 위해서 이런류의 어림없는 규제들을 혁파하는 방향으로 치달아 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계적으로 갖가지 문제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난감한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국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어떻게 몰래 외국인도 붙잡아 오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어떻게 교묘하게 해서 조약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라는 류의 기이한 발상이 돌고 이습니다.
후속대책 들 중에서 저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과학기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전주기적 과학기술 인력양성 정책"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목만 해도 초특급 멋진데, 이것의 내용은, 이따위 불법적인 법률(?) 이 횡행하는 곳이다보니, 워낙에 과학기술 인력 상황이 이상해진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한마디로 아무도 기술자 안되고, 최대한 연구원은 안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 싶으니,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수한 과학 기술 인력을 유지해 나갈 묘수가 없을까 해서 제안된 것입니다.
이 신출귀몰한 방법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정부 주도로 총명한 어린이들을 뽑아서, 특수 교육을 시키고, 이 어린이들이 과학 기술 연마하도록 정부에서 기르고, 이 사람들이 자라면 정부에서 직업을 관리하고, 직장에서 하는 연구 상황을 정부에서 감독한 뒤, 정부에서 노후와 은퇴를 보장하여, 한 명의 인간을 "우수 과학 인재"로 정부에서 한 평생 관리 유지하겠다는, 그야말로 백년지대계의 장대무쌍한 계획입니다. (이게, 농담이나 SF물에 나오는 줄거리가 아니라 진짜, 대통령 앞에 앉혀 두고 기자들 세워둔채 발표한 진짜입니다.)
이른바, "유년에서 황혼까지" 과학기술인은 정부에서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브라보. "유년에서 황혼까지"라는 일본식 한자어가 두 개씩이나 섞인 표현도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언론사를 통해 이야기한 말입니다. 계획 자체의 문제점은 둘째치고(이걸 둘째 친다는게 참 서글픕니다만), 지금 우리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시기가 제1공화국 때인데, 이 사람이 아직도 현역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그때 정책 중에 지금까지 잘 시행되고 있는게 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장대무비한 계획을 위해서, 우리의 놀라운 대한민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모든 이공계 인력을 대상으로, 인간을 학력.직종.연령.성별 등으로 구분하고, 그 인간들이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의 지역별 분포현황을 조사하여, 일괄적으로 집대성한 "국가 과학기술 인력 지도(map)"를 작성하는 대장정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글이 길어졌는데, 혹시나 선거법 위반 게시물이 될 소지가 있다면, 요청되는대로 수정하겠습니다. 사실 글의도 자체도, 문제의 20인 일당과 그 중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모 범여권 후보를 굳이 비난하는 것만 목적이라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실수를 깨닫고, 어떻게든 좀 수습하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여주었으면 싶어서, 그리고 다시 한 번 사소하게 책상머리에서 서명하고 도장찍는 일이 일파만파 퍼져나가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짚어보고 싶어서 써보는 것입니다.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3:14)
http://cafeanimate.net/zboard/write.php?id=cafe&no=205519
글 쓰신 곽재식님께서 출처 표시와 거침 없는 딴지 바란다는 당부만 있으면 얼마든지 퍼가라고 하시는군요.
최근 정치판과 되돌아보는 문제의 괴기 법률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13254
------------------------------------------------------------------------
안녕하십니까. 항상 좋은 글 많이 읽어 왔습니다만, 직접 글 남기는 것은 매우 오랫만인듯 합니다.
요즘 형국을 보다가, 모 게시판에 올린 글을 편집하여, 글을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좀 흥미롭게 쓰려고 하다보니, 약간 거친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하게 잘못된 내용이 있다 싶으시면, 무엇이든 지적해주시면 즉각즉각 반영하겠습니다.
영화 같은데 보면, 사업상의 기밀을 외국에 빼돌려서 제 배를 불리려는 나쁜놈이 악당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의 예로 꼽자면, 박중훈, 차태현이 나온 "투 가이즈" 같은 영화가 있겠습니다. "화이트 칼라 범죄"니, "배운놈이 더 약아빠진 매국노"라느니 하는 이야기와 함께 자주 회자되는 일입니다.
당연히 이런 짓을 하다가 들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법에는 이유는 왜인지 상당히 알기 어렵지만, 빼돌린 기밀이 "기술" 분야이면, 손해 배상을 다 해줘서 금전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게 해 준다하더라도, 정부에서 죄를 물어 감옥에 가둘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과학"이나 "기술"이 가지는 무슨 특별한 의의 같은 것에 이유가 있을진데, 정확한 영문은 법률에 잘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좀 알기 어렵습니다.
여기까지만해도 그러려니 싶습니다만, 문제가 점점 괴기스러워지는 발단은 과학기술 분야는 내용이 좁고 깊게 세분화 되어 있다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화영끔 연구원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이 양반은 4륜구동 자동차의 브레이크 체계 설계 기술을 연마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자동차 브레이크 체계랑 상관있는 회사가 무슨 냉면집이나 붕어빵장사, 치과의사나 변호사 처럼 많지가 않습니다. 붕어빵 장사야 재식이네 붕어빵 집에서 한 사람 나가면, 옆동네 듀나네 붕어빵집에서 한사람 고용해 오면 되고, 변호사가 로펌에서 스스로 나가면, 한해에도 우수수 쏟아지는 고시 합격자들 중에 한 사람 데려 오면 됩니다.
그러나 브레이크 체계 설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 회사 딱 한군데고, 순수연구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도 한두군데 입니다. 한 사람 나가면 갑자기 데려올 곳도 없고, 한 사람 쫓겨나면 또 갈곳도 없습니다.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은 특별히 뭐 나쁜짓을 하지 않더라도, 단지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 만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당장 사람을 구할 수가 없게 되고, 곧장 경쟁에 뒤쳐지니 말입니다. 특히, 그 사람이 중요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심각해 집니다.
그래서, 보통 이런 회사들은 꼼수를 씁니다. 사람을 고용하면서 각서를 쓰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전직 금지 각서"라는 것인데, 회사에서 해고당하거나 회사에서 퇴직했을 때, "저는 회사에 짤려도 3년 동안은 취직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맹세를 하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3년이 가장 많고, 짧은 곳은 1,2년, 이상한 곳은 5년을 맹세하는 곳도 있습니다.
조금씩 변태스러움의 기운이 느껴지신다면, 제대로 짚으셨습니다.
자,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맹세" 각서일 뿐이고, 무슨 법률이나 지침이 아닙니다. 내가 각서에 서명했다고 하지만, 회사가 무슨 조폭조직도 아닌데, "야, 화영끔 연구원! 너 왜 우리 회사 관두고 딴데로가? 죽을래?" 그러면서 사람 감금하거나 강제노역시키거나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기술자나 연구원이 무슨 노비도 아닌데 말입니다. 정말로 회사에 문제가 된다면, 회사가 소송을 걸어서 연구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화영끔 연구원을 어디 가두거나 붙잡아 놓고 취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외국에 기술을 빼돌렸다" 입니다.
화영끔 연구원이 왜 회사를 관두는고 하니, 아마도 다른 나라 회사에 우리 회사의 기술을 빼돌리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매우 유리한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렇게 될 경우, 산업스파이 사건이 되기 때문에, 무려 중앙정보부(국정원) 에서 출동해서 사람을 조사하게 됩니다. 단지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귀찮게 하고 고달프게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귀찮은 소송과 조사 작업을 중정과 검찰에서 대신 맡아 준다는 엄청난 이점도 있습니다.
무려 중정이 하는 일인데, 호락호락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3심까지 재판 진행하면, 짧아도 2,3년 길면 5년이상 재판이 진행됩니다. 그 긴 기간동안 변호사 비용은 마구 날아가고, 재판정 들락거리랴, 감옥에 안가려고 신경쓰랴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해집니다. 당연히 그 긴시일 동안 새 직장을 구하거나, 편안하게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결과적으로 말끔한 무죄 판결 받았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촉망받는 연구원이었다가 갑자기 재판에 잘못엮인 죄아닌 죄로 긴긴 법정공방 과정에서 가정파탄나고, 재산날리고, 정신병까지 얻어서 사람 폐인되고 인생 망치는 경우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이렇게 2,3년 끌면, 무죄건 유죄건 관계없이 반대편에서는 사실상 승리한 것입니다. 무죄라도 반대편에서는 상관없습니다. 어쨌거나, 반대편에서는 화영끔 연구원이 나가서 입을 손실을 메꾸는데 충분한 시간을 벌지 않았습니까? 화영끔 연구원이 토요타 같은 회사로 가서 최신형 브레이크를 개발해낼지도 모르는데, 재판하는 3년간 그걸 지연시켰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입니다. 애꿎은 화영끔만 괜히 재판에서 이기고도 폐인될 뿐이지만, 반대편으로서는 잃을게 없습니다.
둘째는, 사건을 "외국에 기술 빼돌렸다"로 몰면, 여론에서 아주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야, 인터넷 덕분에 기술자, 연구원들이 죽어라 덧글을 달아대기에 좀 덜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술 빼돌리려다가 잡혀~" 같은 기사 뜨면, 사실확인이야 어찌되었건 일단 "매국노"라고 욕해대는 것이 우리문화입니다. 무죄추정 원칙 같이 이런때 쓰라고 있는 이야기는 거의 아무도 신경안쓰는 듯 합니다. 중정에서 요원들이 들이닥쳐서 수사하러 오는데다가, (보통 심리적 압박감을 이용하기 위해서 새벽 2시, 3시 경에 자고 있을 때 갑자기 들이닥쳐서 집을 뒤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인종차별 의식이 꽤 널리 퍼져있는 중국/대만 쪽과 어떻게 엮여 있다 싶으면 "너무나 큰 문제다" 라는 인식 때문에 구속되어서 정식 재판 이전에 일단 빵에 갖히고 부터 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연구원과 기술자 쪽이 "죄인"과 "악인"의 위치에 서 버리게 되어 버립니다. 브레이크 연구하던 사람이 법정에서 검찰들과 회사의 법무팀을 상대로 싸워다가는 것만해도 매우 고달픈데, 도덕적으로도 매국노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연구원 입장에서는 가정과 직장을 포기하고 재판을 해야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항상 그런 일을 하던 사람들이 자기 직업대로 재판정에 서는 것 뿐입니다. 심리적으로도 여러모로 무척 괴롭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식으로 사람을 얽어 맬 수 있는 과학/기술 보호 법률이 무려 열가지 정도가 있었습니다. 제 말이 아니고, 모 산업자원부 고위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스스로 밝힌 이야기 입니다.
이것이, 작년까지 한국의 비참하다면 비참하고 황당하다면 황당한 현실이었습니다. "직장을 옮기면, '기술 빼돌리기를 추궁'해서 빵에 가두고 징역을 살리겠다면서 괴롭힐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혹자들은 천년전에 망이, 망소이 형제를 따라 "사람 대접 해달라"며 항쟁한 고려시대 기술자들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 푸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당시 망이, 망소이 형제가 이끈 혁명군의 주요 거점이 현재의 공주, 유성, 대덕연구단지 일대였습니다.
작년까지는 그랬다면, 올해는 어떻게 되느냐.
올해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습니다.
즉, 이제는 "직장을 옮기면, '기술 빼돌리지 않아도' 빵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률이 하나 더 추가된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바로, 2004년, 이광재․강혜숙․권선택.김교흥․김낙순․김덕규.김원웅․김재윤․김재홍.김태년․김혁규․김현미.노영민․노현송․박재완.박찬숙․배일도․백원우. 서갑원․서재관․신국환.안민석․엄호성․염동연.오제세․이근식.이은영․정문헌․정성호.정청래․조일현․최인기.한병도 등과 현재 범여권의 모 대통령 선거 후보 등등 총 20여명의 국회의운들이 힘을 합해 발의해서 만든, "산업기술보호법"이라는 희대의 악법 때문입니다.
이 법안의 내용은, "산업기술"에 한해서는, 아무런 악의 없이 어떤 기술도 빼돌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기술이 이전된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3년까지 빵에 집어 넣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36조 3항) 뭘 "산업기술"로 하는지는 중앙정부부처의 두령들이 스스로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우기, 만약 외국 회사로 취업하거나, 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일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엮이게 된다면, 어떤 법도 어기지 않고 모든면에서 우호적인 완전히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다 하더라도, 어쨌건 가볍게 5년까지 빵에 집어 넣을 수 있습니다. (14조 5항) 만약 빵에 가지 않고 싶으면, 산업자원부 장관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기술자와 연구원을 정부가 구속하는 자리에서 계속 일하도록 일제히 통제시키려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만약, 너무나 너무나 억울할 경우에, 산업자원부 산하 단체에 조정 신청을 할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이 "조정 신청"은 별 구속력도 없거니와, 조정 신청을 접수하고 검토 받으려면 "소정의 수수료"를 자비로 납부해야 합니다. 대체 이딴 법을 왜 시행하는지 도무지 알기 어려운데, 법조문에 실린 "목적"을 보면, 무려 " 국가의 안전보장 (어디서 많이 듣던 말)과 국민경제의 발전 (역시 어디서 많이 듣던말) 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겨우 이정도라면(?), 어느 관료조직이라도 종종 저지르곤 하는 다양한 바보짓들에 비해서 특별히 "희대의 악법" 으로 부각될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미국에도 각 주에 여러 황당한 법안들이 남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정말로 아름답고 멋진 대목이 추가로 들어가 있으니, 바로 이 법안의 37조 입니다.
이 법안 37조의 내용은 "'직장을 옮기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빵에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악명높은 "예비, 음모" 조항입니다.
즉, 실제로 기술을 이전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하더라도, 그럴 기미가 있다고만 판단되면, 3년까지 빵에 집어 넣을 수 있는 조항이 대명천치에 멀쩡하게 법 조항에 들어가 있습니다. 참고로 이 법안을 발의자로 나서서 이런 법률이 제정되도록 앞장선 20인의 국회의원들은 모 범여권 대통령 선거 후보를 비롯하여, 대부분이 국가보안법을 개정해야한다느니, 폐지해야한다느니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양반들은 정말로 기술자나 연구원들은, 일반 시민과는 다른 무슨 특별한 종류의 인간으로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자나 연구원들은 별종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특별관리해서 꼼짝못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가 하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그런것을 "천민"이니, "백정"이니 좀 나가면 "노비"니 하고 부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국회의원이라고 명패만 금빛으로 폼나게 새겨 놓았지, 사실 그냥 엎드려 퍼질러 자다가 누가 서류 내밀면, 아무거나 도장 쿡쿡 찍어 주는 일만 한거 아닌가 하는 상상도 감히 해 봅니다. 똑바로 생각하면서 읽어보기만 하면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적어도 20명 중에 열댓명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따위 짓을 해 놓은 것은, 말만 국회의원이지, 자기 이익 쫓아서 의회장 바닥에 드러눕고 몸싸움이나 하고, TV카메라 들어오면 시민들에게 자극적인 대사나 할 궁리만 하지, 대체 뭐하는 인간들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게, 국회의원이라면, 저도 누구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습니다. 도장 들어서 빨간 인주에 골고루 묻힌뒤에 종위위에 찍는 거. 저도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므로, 아주 잘 할 수 있습니다. 덩치 크고 맷집 좋아서 몸싸움도 잘할 자신 있습니다. (시켜주세요.)
여기서 잠깐 시각을 바꿔서, 비난만 하지 말고 조금만 더 내부를 상상해 보면, 또 더 재미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정부부처의 공무원들. 다들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그 어렵다는 고시 합격한 수재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맨날 폭탄주 마시면서 접대 받으러 가서 소쩍쿵 노래에 맞춰서 영구 땐싱이나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다들 두뇌가 있고, 금치산자가 아닌 정상적인 인간들인데, 이런 법의 문제점을 모를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딴 법을 만든 것입니까?
명목상의 이유야,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입니다만, 현실적인 다른 이유들도 추가로 좀 찾아 보겠습니다. 이 양반들이 어디서 뇌물먹었다거나, 사상이 괴이하다거나, 하는 근거 없는 생각 없이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만 몇개 골라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유력한 것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법안을 꾸민 부처인 모 부처에 돈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그 감시와 관리, 조정의 주체를 모 정부 부처로 하고 있습니다. 법이 시행되면, 법 집행을 위해서, 무슨 위원회도 만들고, 위원도 뽑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해당 부처에 부하직원들을 늘릴 수 있고, 예산도 그만큼 더 타먹을 수 있습니다. 모든 정부부처들은 이런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누가 부하 더 생기고, 부처 더 커지고, 돈 더 많아진다는데 싫어하겠습니까. 당연히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 입니다.
따라서, 당장 자기 부처에 실적을 만들고, 예산을 따오려면, 뭔가 큰 껀수를 저질러야 하고, "산업기술보호법" 같은 정도의 껀수면 꽤 부작용이 있다손 치더라도 해볼만한 건덕지가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TV와 신문에 나와서 말하기에 폼나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에 유행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따라온다' 론" 입니다. 당연히,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추격하네마네, 하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또, 미래에는 기술이 중요하다. 과학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는 어릴때 우주소년 아톰 볼때 부터 항상 듣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인터넷 쓰고, 휴대전화 쓰다보면, 어, 과학기술 뭔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기도 이 나라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뭔가를 했다고 좀 설쳐야 폼도 나고 말할 거리가 생깁니다. 그런데, 뭐가 도움이 되는지 금방 알기 어렵습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싶어서 그렇게 뼈빠지게 선거 운동했고, 나라에서 봉급도 두둑히 준다면, 좀 공부하고 자기가 도장찍을 법안에 대해서는 스스로 고민도 좀 해봐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머리도 아프고, 단식투쟁이니 삼보일배니 뭐 다른 쇼도 하느라 피곤하기도 합니다. TV출연이나, 옷 뭐 입고 다닐지, 누구한테 인사하러 가야 장차관 자리 하나 떨어질지 다른 궁리도 많이 해야 합니다. 법안이야, 뭐, 겨우 국회의원의 본분에 지나지 않는 일이지 않습니까? (대체 그럼 국회의원 뭐하러 한 겁니까?)
생각안하고 그냥 쉽게쉽게 넘어가려고 하기 쉬울 것입니다. 뭔가, 금방 쉽게 와닿는 거에 나도 하나 이름 대면서 끼고 싶은데, "산업기술보호법" 이거 좀 알 것 같습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는 목적도 어디서 많이 듣던 거창한 표현으로 그럴싸하게 들리고, "산업스파이" 뭐 이런거 "원더우먼"이나 "미녀삼총사" 이런데서도 많이 본 거 같습니다. 옳거니, 하고 동참해 보는 것입니다.
사실 비슷한 법안이, 정부부처의 주도로 한번 통과될 뻔한 일이 있었는데, 세를 몰지 못하고, 과학기술계에서 반발도 해서 무산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거 지켜보는 거 참 피말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무산된지 채 석달이 지나지 않아서,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 20명 국회의원 일당들이 갑자기 튀어 나왔습니다. 정부부처 주도로 통과되던 것을 겨우 막았더니, 이 양반들이 국회의원 주도로 법을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20명 각개 격파를 할 수도 없고 하니, 시민단체에서 접촉하기도 더 어렵습니다. 결국 그렇게해서 법안이 나오고 통과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 20명의 국회의원들과 그 중에서 대통령 하겠나고 나온 모 범여권 후보에게,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좋지 않은 감정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 속칭 "산업기술보호법"은 2006년 10월 27일에 제정되어서, 현재 공포되어, 시행중에 있습니다. 원래, 법안의 명칭은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이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지원"이란 말을 빼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식 명칭이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아주 약간은 솔직해 진 것이라고 할지.
그 외에도 이 법안에는 "이공계 대학의 교수 및 학생들도 모조리 대상이다"라든가, "이익 목적 없이 인류의 공공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연구도 하여간 처벌할 수 있다"라든가, 별별 이상한 내용들이 속속 숨어 있습니다. 원래는 명시적으로 "직장을 옮길 수 없다"라는 문구를 집어 넣으려고 했는데, S모 단체등, 워낙 과학기술계에서 반발이 심하다보니, 그 말은 뺐다고 합니다. 무슨 고대 인도 카스트 제도도 아닌데, 어떻게 "직장을 옮길 수 없다"라는 문구를 넣으려고 상상했는지, 그 상상 조차가 좀 황당무계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길게 글을 썼는데, 더 흥미진진한 것은 후속대책들입니다.
당연히 이런 법이 시행 되게 되면, 국내 기술자, 연구원들은 최대한 국내 회사를 기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국내에는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등의 해외 기술진들이 연구를 하게 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해서 국내 과학 발전이 뒤쳐지게 되고, 외화가 유출되는 것은 일단 둘째치고, 아예 이 "산업기술보호법" 때문에 오히려 기술유출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이렇게 해서 해외 연구인력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이 양반들은 훨씬더 원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국내의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따위 법안이 있는 한국에서 박대받는 기술자로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훨씬 대우가 좋은 곳으로 마음먹을 확률이 높습니다. 더하야, 국내 연구원들은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옭아매어 빵에 집어넣을 수 있지만, 이따위 법을 내세워 외국 연구원들을 잡아 오기는 어렵습니다. 한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였다고 하지만, 설마 이런 법을 빌미로 내세워서 중국이나 러시아 정부와 맞붙으려 하겠습니까?
거기에다, 한미FTA 이니, 하는 국제 통상 조약에서는 공정거래를 위해서 이런류의 어림없는 규제들을 혁파하는 방향으로 치달아 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계적으로 갖가지 문제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난감한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국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어떻게 몰래 외국인도 붙잡아 오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어떻게 교묘하게 해서 조약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라는 류의 기이한 발상이 돌고 이습니다.
후속대책 들 중에서 저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과학기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전주기적 과학기술 인력양성 정책"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목만 해도 초특급 멋진데, 이것의 내용은, 이따위 불법적인 법률(?) 이 횡행하는 곳이다보니, 워낙에 과학기술 인력 상황이 이상해진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한마디로 아무도 기술자 안되고, 최대한 연구원은 안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 싶으니,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수한 과학 기술 인력을 유지해 나갈 묘수가 없을까 해서 제안된 것입니다.
이 신출귀몰한 방법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정부 주도로 총명한 어린이들을 뽑아서, 특수 교육을 시키고, 이 어린이들이 과학 기술 연마하도록 정부에서 기르고, 이 사람들이 자라면 정부에서 직업을 관리하고, 직장에서 하는 연구 상황을 정부에서 감독한 뒤, 정부에서 노후와 은퇴를 보장하여, 한 명의 인간을 "우수 과학 인재"로 정부에서 한 평생 관리 유지하겠다는, 그야말로 백년지대계의 장대무쌍한 계획입니다. (이게, 농담이나 SF물에 나오는 줄거리가 아니라 진짜, 대통령 앞에 앉혀 두고 기자들 세워둔채 발표한 진짜입니다.)
이른바, "유년에서 황혼까지" 과학기술인은 정부에서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브라보. "유년에서 황혼까지"라는 일본식 한자어가 두 개씩이나 섞인 표현도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언론사를 통해 이야기한 말입니다. 계획 자체의 문제점은 둘째치고(이걸 둘째 친다는게 참 서글픕니다만), 지금 우리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시기가 제1공화국 때인데, 이 사람이 아직도 현역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그때 정책 중에 지금까지 잘 시행되고 있는게 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장대무비한 계획을 위해서, 우리의 놀라운 대한민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모든 이공계 인력을 대상으로, 인간을 학력.직종.연령.성별 등으로 구분하고, 그 인간들이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의 지역별 분포현황을 조사하여, 일괄적으로 집대성한 "국가 과학기술 인력 지도(map)"를 작성하는 대장정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글이 길어졌는데, 혹시나 선거법 위반 게시물이 될 소지가 있다면, 요청되는대로 수정하겠습니다. 사실 글의도 자체도, 문제의 20인 일당과 그 중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모 범여권 후보를 굳이 비난하는 것만 목적이라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실수를 깨닫고, 어떻게든 좀 수습하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여주었으면 싶어서, 그리고 다시 한 번 사소하게 책상머리에서 서명하고 도장찍는 일이 일파만파 퍼져나가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짚어보고 싶어서 써보는 것입니다.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3:14)
소심한공대생
2007년 8월 23일 02:46
이런 글 볼때마다 301동 뛰쳐나가서 의대 가버리고 싶어
환상천자.
2007년 8월 20일 00:02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에 정신을 차리고
어느덧 인터넷 세계의
잠깐의 여행에 빠진 87일의 오늘
포스팅을 보니
달래양도 약간은 힘든 생활을 하고 있군요.
저도 무척 힘듭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해야할 공부는 산더미같고
연초의 계획성있고 짜임새 있는 공부는
어느새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그져 오늘 하루도 어제도 수학공부를
안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저 지금은 힘내길 바라면서
나 자신에게나
재수생활을 같이 하는 달래양을 위로하면서
이렇게 짧은 글을 남깁니다.
언제나 과거의 행복을 추억하며
미소를 짓듯이
지금의 괴로움도 미래에서는 위안이 되길 바라며
(ㅋㅋ 어째 오랜만에
글써서 경어체로 쓰게되네.쩝.ㅜㅜㅋㅋ
잘 지내시게나...ㅋㅋ)
ahedi
2007년 8월 14일 03:51 my mom doesn't trust me,
so she hid my keyboard,
so i can't type korean...
but u know, i'm poor at english..... T_T
anyway,
cheer up....
you are better than me...... T_T
hu..............
so she hid my keyboard,
so i can't type korean...
but u know, i'm poor at english..... T_T
anyway,
cheer up....
you are better than me...... T_T
hu..............
소심한공대생
2007년 8월 12일 19:42 .
miseryrunsfast
2007년 8월 9일 11:27 네. 명덕외고 1기라는 이유로 걍 끄적여봅니다.
이제부터 탐험. -ㅊ-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3:14)
이제부터 탐험. -ㅊ-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3:14)
세로토닌
2007년 8월 9일 13:22
1기시면 ;; 박정은 샘과 동갑이시군요 ㅠㅠ
miseryruns
2007년 8월 9일 19:18
정은과 동갑이지요. 저는 불어꽈. 풉.
세로토닌
2007년 8월 9일 00:09 ㅋㅋ 완전 대학생이잖아~
처음에 견근? 균근? 이러면서 누군가 했다
+_+
gyungeun
2007년 8월 7일 05:17 아...완전 폐인 다 돼가네
이 야심한 밤에 사과 깎아먹는 나ㅋㅋㅋ
동창회는 안갔나보구나
사진에 니가 없더군
나도 안갔다오~.~
요즘은 기관토플 준비하는 중...
이거 패스 못하면 실용영어회화 들어야 하는데 ㅠㅠ
요즘 뭐하고 지내시나..
이 야심한 밤에 사과 깎아먹는 나ㅋㅋㅋ
동창회는 안갔나보구나
사진에 니가 없더군
나도 안갔다오~.~
요즘은 기관토플 준비하는 중...
이거 패스 못하면 실용영어회화 들어야 하는데 ㅠㅠ
요즘 뭐하고 지내시나..
세로토닌
2007년 8월 4일 02:39 http://www.pandora.tv/my.rnjsgksk867/6362430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3:14)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3:14)
세로토닌
2007년 8월 4일 00:34 디워 - 망신당한 평론가들: 김동렬이란 사람이 쓴 글입니다.
------------------------------------------------------------
필자는 구조를 분석하는 사람이다. 이 글도 구조의 관점에서 쓴다. 구조가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이다. 독자 여러분도 구조의 관점에서 읽어주기를 바란다.
구조로 본다는 것은.. 영화를 보되 그냥 재미로 보는 것이 아니라.. TV나 소설과의 차이점에 주목해서 본다는 것이다. ‘문과’ 보다는 ‘이과’의 눈으로 보는 거다.
###
디워가 관객의 호응을 받는 바람에 평론가들 꼴이 우습게 되었다. 한국의 그 많은 영화평론가들 중에 영화와 TV의 본질적인 차이를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밝혀진 거다. 코미디다. 코미디.
관객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팽팽하게 엇갈린다고 보도한 오마이뉴스도 조중동식 거짓보도를 한 셈이다.(개봉 첫날에 보러 간 사람이라면 심형래 팬이 많을 텐데.. 기립박수를 친 것은 오마이뉴스식 색안경 보도에 대한 항의?)
디워를 함부로 혹평하는 사람은 영화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이다. 영화와 TV와 소설을 구분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현대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다. 19세기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묻노니 당신은 현대인인가?
1865년 살롱전에서 마네의 올랭피아를 보고 격분하여 우산대로 찌르려고 한 사람들이 있다. 평론가 수준이 딱 그 수준이다.(인상주의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소동 - 평론가들이 혹평함은 물론 관객들이 스틱으로 그림을 훼손하려 해서 스틱이 닿지 않는 천장 밑으로 옮겨 걸었다고 한다.)
###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들은 죠스의 한 장면을 표절(?)하고 있다. 상어가 입을 벌리고 확 달려드는 장면 말이다. 이거 하나 가지고 먹고 사는 거다. 쥬라기 공원이 대표적이다. 상어에서 공룡으로 바뀌었을 뿐 본질이 같다.
그는 72년에 ‘대결(Duel)’이라는 영화를 연출했는데 스필버그의 모든 것은 사실 이 영화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사나이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대형트럭에 계속 쫓기는 내용이다. 그게 전부다. 그냥 쫓긴다.
잘 살펴보면 이 영화의 요소요소에 죠스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비롯하여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들에 죠스가 아가리를 벌리는가 하면 뒤에서 대형트럭이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터번을 쓴 아랍인 수십 명이 신월도를 휘두르며 쫓아오지만 잘 살펴보면 그게 72년의 트럭이다.)
죠스 혹은 트럭, 혹은 공룡.. 모퉁이를 도는 순간 시커먼 것이 확 달려든다.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거다. 내용이 없다. 어쨌든 그것이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70년대 컬러TV의 공습으로 부터 영화시장을 지켜냈고 오늘날 헐리우드의 존립을 가능케 했다.
(컬러TV가 등장하자 영화시장이 붕괴될 판.. 헐리우드는 부활, 십계, 벤허, 클레오파트라 등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으로 돌파하려 했으나 대략 실패.. 스필버그라는 구원투수 등장.. 이건 전에 여러 번 한 이야기.)
스필버그가 없었다면 헐리우드는 컬러TV의 무자비한 공습에 속절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헐리우드=스필버그이다. 스필버그=죠스다. 죠스는 걍 확 덮치는 거다. 그게 전부다. 그게 영화다. TV로는 결코 보여줄 수 없는 것.
늘 하는 이야기지만.. 80년대 한국영화가 부진했던 이유는 한국에 스필버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포는 모퉁이 뒤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먹물 평론가들이 열심히 떠드는 것들.. 그거 영화가 아니라 TV나 소설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거다. 영화를 논하려면 소설로는 절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것, 컬러TV로는 죽었다 깨나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논해야 한다.
조폭마누라가 평론가의 혹평과 상관없이 리메이크 판권은 제일 먼저 팔린 데서 보듯이.. 영화는 다른 거다. 영화를 보는 눈으로 영화를 평가해야 한다. 스필버그로 부터 시작되는 그것.. 어떤 알맹이가 있다.
한국의 평론가들은 아직도 스필버그 이전시대를 살고 있다. 회화로 말하면 인상주의의 등장 이전 아카데미즘이 지배하던 시대를 살고 있다.
혹자는 스필버그가 블록버스터를 만든다 해서 비판하지만 죠스도 알고 보면 저예산 영화다. 대결(Duel)은 그냥 트럭 한 대로 시작해서 트럭 한 대로 끝난다. 암것도 없다. 그런데도 영화가 된다. 그 본질을 포착했느냐다.
###
디워가 흥행할 조짐이다. 또 평론가들 바보 되게 생겼다. ‘나홀로집에 2편’을 연상시킨다. 평론가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그런데 왜 관객들은 나홀로집에 2편을 좋아하지?
그걸 이해못했다면 영화를 논할 자격이 없다. 왜 고흐의 그림값이 그렇게 비싸지? 그걸 모르고는 회화를 논할 자격이 없는 것과 같다.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나홀로집에 속편의 주목할 점은.. 이 인간들이 프로라는데 있다. 존 휴즈와 크리스 콜럼버스.. 이 인간들은 영화의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베테랑인 것이다.
이들은 흥행공식을 완벽하게 터득한 사람처럼..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속설을 깨고 허접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로 좋은 영화 누가 못 만드나? 허접한 시나리오로도 그럭저럭 관객이 드는 영화를 만들 수 있어야 진짜다.
영화의 어떤 본질은 잡아채고 자질구레한 껍데기를 놓치느냐 아니면 껍데기는 그럴듯한데 알맹이가 빠졌느냐다. 그 알맹이를 아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사회성을 반영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그 알맹이라고 믿고 있는데 그건 소설이나 TV에서 먹히는 이야기고 영화는 다른 거다.
한국의 경우.. 대박영화를 만든 감독들도 다음 영화는 죽을 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곽경택은 ‘친구’를 성공시켰지만 아직도 친구의 성공요인을 모른다.
강우석이 ‘마이 뉴 파트너’를 베껴 투캅스를 만들 때는 적어도 뭔가를 알고 베낀 것이다. 그러나 투캅스의 허접한 총격전은 당시 맹위를 떨치던 홍콩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고도 거기서 아무런 교훈도 받지 못했다는 증거다.
투캅스 속편에서는 총격전 장면에 제법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보기에는 여전히 허접했는데 강우석은 아직도 홍콩영화의 진짜 의미를 모를 거다.
홍콩영화에 숨어 있는 서부극의 어떤 느낌(홍콩영화는 서부극을 베꼈고 서부극의 일부는 또 일본 사무라이 영화를 베꼈다.)이 강우석의 총격씬에는 없다. 그렇게 보고도 베끼지도 못하냐? 마이뉴파트너는 잘 베끼면서도 말이다.
###
나는 CG 들어간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을 보는 건 고역이었다. 30분 쯤 보다가 잤는데 시끄러워서 자다가 서른 번도 더 깼다. 그래도 영화가 끝나지 않고 있는 거다. 체감 시간 10시간 이상.. 일행이 있어서 중간에 나올 수도 없고 좁은 극장의자에 앉아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존중해야 한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말이다. 괴수영화는 괴수영화 마니아의 관점에서 비평해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그러나 디워를 논하는 평론가 중에서 그 원칙을 지키는 이는 없더라.
심형래에 대해서는 사실이지 관심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뱀이다. 어쨌든 심형래가 뱀(?)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심형래가 그래도 펭귄흉내나 땡칠이 흉내를 비롯하여 동물의 동작을 잘 관찰하는 재능이 있는데 그 장기가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고질라.. 귀여운 뚱뚱곰이 아닌가. 세상에 누가 고질라 따위를 무서워하겠는가? 그러나 뱀은 본능적으로 무서워하게 되어 있다. 이건 본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유전인자에 각인되어 있는 거다.
언젠가 지방도시의 작은 실내 동물원에서 타조를 본 일이 있는데 저쪽에 있던 타조의 머리가 순식간에 확 날아와 꽂히는 거다. 타조는 목이 기니까. 타조의 긴 목이 인간에게 공포를 줄 수도 있다.
스필버그.. 그에게는 공포를 포착하는 본능이 있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소름이 확 돋고 비명을 꽥 지르는지 안다. 플롯은 불필요. 시각효과만으로 충분히 관객을 긴장시킬 수 있다. 히치코크 다음으로.
괴수영화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주체들은 대략 감정이 없다. 대결의 트럭, 죠스, 공룡, 에이리언, 고질라.. 감정이 없다. (예컨대.. 인간은 대상의 ‘눈’이 보이지 않으면 무서워한다. 심형래가 디워의 눈을 크게 만들었다면 재롱둥이 용가리처럼 귀여워 지고 만다. 눈을 통해서 상대의 감정을 읽으면 무서움이 사라지니까.)
###
문제는 심형래가 디워의 성공요인을 알고 있느냐다. 스필버그는 자신의 성공요인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것을 두고두고 써먹었다. 그의 모든 영화에 Duel과 죠스가 숨어 있다. 그런데 심형래는 이제 코미디를 만들겠다고 한다.
코미디는 국적이 잘 드러나는 영화다. 미국 코미디가 한국에서 안 먹힌다. 찰리 채플린처럼 철저하게 슬랩스틱으로 간다면 몰라도.. 개그로 미국인을 웃기려면 거의 불능이지 싶다.
또 디워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빠르다’는 거다. 뒤뚱뒤뚱 걷는 용가리나 고질라는 빠르기가 불능이다. 속도감을 나타낼 수 없다. 뱀은? 뱀은 빌딩숲 사이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뱀은 생긴 것 자체에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무기에서 용으로의 변신.. 이 점도 중요하다. 트랜스포머의 변신에서 보듯이 인간은 변신에 감격한다. 이 또한 본능이다.
예컨대.. 슈렉의 피오나공주는 끝내 백설공주로 변신하지 않았다. 어떤 다섯 살 소녀는 슈렉의 엔딩장면에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기대하던 변신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이런 식이면 작품의 완성도라면 몰라도 관객에 대한 서비스는 꽝이다.
헐리우드의 해피엔딩 관습은 완성도를 희생시키면서 서비스를 하는 거다. 그 서비스는 ‘변신’이어야 한다. 해피엔딩은 변신의 한 가지 기법에 불과하다. 인간은 언제라도 변신을 욕망한다. 예컨대.. 미녀는 괴로워도 변신이 주제다. 성형이 아니라.
모든 소녀의 꿈은 결혼식이다.(비유다. 오해하지 말기) 결혼 그 자체가 아니라 실은 변신을 원하는 거다. 디워의 마지막 장면은 그러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영화의 어떤 본질을 꿰뚫었다 하겠다.
###
현대 회화는 인상주의로부터 시작된다. 그 이전의 아카데미즘은 성경의 메시지나 그리이스 신화에서 빌어온 고전적 이상주의를 앞세웠다. 그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했느냐가 가치판단의 기준이다.
인상주의는 ‘작가 자신이 주장하는 조형적 질서’를 위주로 한 ‘내적 정합성에의 도달에 성공했는가가 기준이다. 공포영화라면 충분히 무서웠느냐가 기준이다. 다른 건 무시된다. 그래서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은 동양화처럼 여백이 있다. 집중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배경을 치워버린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미학이다. 정통서부극에는 그것이 있다. 서부극의 규칙이 있는 거다. 마카로니웨스턴에도 그것이 있다. 정통 서부극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홍콩영화에도 그것이 있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마니아가 생겨난다.
마니아란 무엇인가? 자기류의 규칙에 심취한 그룹이다. 괴수영화라면 괴수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놓는다. 그것이 작가 자신이 주장하는 조형적 질서다. 그 질서가 내적 정합성에 도달했는가를 완성도로 치는 거다. 그 한 가지 기준을 두고 일관되게 밀어붙였느냐는 거다.
나는 지금껏 한국의 평론가 중에서 이러한 본질을 지적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 작가 자신이 주장하는 조형적 질서가 아니라.. 이와 동떨어진 고전적 아카데미즘의 규칙을 따르고 있더라. 예컨대 누드를 그릴 때는 반드시 여신을 그려야 하고 전신스타킹(?) 입은 것처럼 피부의 윤곽을 희미하게 해야 하고.. 등등의 쓸데없는 규칙. 모네와 마네가 단숨에 깨뜨려버린 규칙. 세익스피어가 무시한 규칙.
문제는 심형래가 과연 심형래 자신이 주장하는 조형적 질서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느냐는 거다. 히치코크는 그것을 몰랐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뛰어난 천재적 직관과 모순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사이코.. 목욕탕이라는 밀실이 주는 공포.. 숨이 막히도록 관객을 조이다가 갑자기 카메라가 휑하게 넓은 공간을 비춰서 우습게 되어버리는.. 그는 천재의 본능을 따라갈 뿐 자신의 성공요인을 자신이 모른다.
스필버그는 그것을 알았지만 히치코크는 그것을 몰랐다. 그래서 한 작품 안에 걸작의 요소와 태작의 요소가 섞여 있다. 디워의 성공요인이 심형래의 직관적인 판단에 따른 일회성의 성공이라면 문제가 있는 거다.
블록버스터의 의미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영화를 만듦으로써 이를 토대로 자본을 유치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있다. 그런데 운으로 성공한다면?
충무로는 아직도 블록버스터 공식을 완성하지 못했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는 속편이 나올 수 없는 영화다. 시나리오가 부실해도 성공할 수 있어야 진짜다. 속편이 무더기로 성공하고 아류작이 덩달아 성공해야 진짜다. 속편과 아류작은 시나리오가 부실할 수밖에 없으니까.
모네와 마네가 포착한 그리고 고흐와 고갱이 포착한 그리고 스필버그와 히치코크가 포착한 영화의 어떤 본질을 포착함으로써 성공하게 된다면 속편과 아류작이 무수히 성공하므로 시장이 전체적으로 확대되지만.. 좋은 시나리오만으로 승부하면 어차피 좋은 시나리오는 일본만화(올드보이, 미녀는 괴로워, 복면달호 등)에서나 빌어올 수밖에 없으므로 한계가 있다. 인구 5천만 안에서 좋은 시나리오의 수는 어차피 제한되어 있다. 이건 답이 없는 거다.
남의 것도 제 것으로 만드는 헐리우드의 왕성한 식욕은 영화의 어떤 본질을 포착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본질을 포착하지 못했다면 삶의 양식에서 현대인이 아니다.
###
좁은 우물 안에 개구리들이 와글대고 있는데.. 밖에서 한 마리 엉머구리가 안으로 풍덩 뛰어들며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대갈일성.. ‘너희들은 왜 비좁은 우물 안에서 그러고 있니? 저 바깥에 넓은 세계가 있다구!’.. 그런데 과연 바깥에 신세계가 있었느냐 아니면 그게 구라였느냐다.
심형래는 충무로 바깥의 신세계를 주장한 거다. 300억을 들여 메이플라워호를 띄운 거다. 이것이 본질이다. 이러한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문과 마인드 버리고 이과 마인드로 보면 보인다.
디워를 보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이건 본격 영화평이 아니다. 영화를 빌어 실은 구조를 말하는 거다. 영화의 관점에서는 디워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구조의 관점에서는 그래도 봐두어야 할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
모든 평론가들이 마네의 올랭피아를 비난했지만 오직 '에밀 졸라'가 올랭피아의 진가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평론가들 중에는 한 명의 '에밀 졸라'가 없다.
"마네는 그림의 수용에서 표피적인 관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림의 테마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마네에게 테마는 단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마네는 살아있는 색채들의 대립과 신선한 금빛을 추구했다, 다소 우연이긴 하지만 '풀밭 위의 식사'에 나체의 여자가 등장하는 것은 마네가 살색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밀 졸라. 1867)"
"심형래는 '표피적인 평론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의식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 심형래에게 플롯은 단지 이무기를 소개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심형래는 시각효과의 긴장감을 살릴 수 있는 역동적인 액션을 추구했다."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3:14)
------------------------------------------------------------
필자는 구조를 분석하는 사람이다. 이 글도 구조의 관점에서 쓴다. 구조가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이다. 독자 여러분도 구조의 관점에서 읽어주기를 바란다.
구조로 본다는 것은.. 영화를 보되 그냥 재미로 보는 것이 아니라.. TV나 소설과의 차이점에 주목해서 본다는 것이다. ‘문과’ 보다는 ‘이과’의 눈으로 보는 거다.
###
디워가 관객의 호응을 받는 바람에 평론가들 꼴이 우습게 되었다. 한국의 그 많은 영화평론가들 중에 영화와 TV의 본질적인 차이를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밝혀진 거다. 코미디다. 코미디.
관객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팽팽하게 엇갈린다고 보도한 오마이뉴스도 조중동식 거짓보도를 한 셈이다.(개봉 첫날에 보러 간 사람이라면 심형래 팬이 많을 텐데.. 기립박수를 친 것은 오마이뉴스식 색안경 보도에 대한 항의?)
디워를 함부로 혹평하는 사람은 영화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이다. 영화와 TV와 소설을 구분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현대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다. 19세기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묻노니 당신은 현대인인가?
1865년 살롱전에서 마네의 올랭피아를 보고 격분하여 우산대로 찌르려고 한 사람들이 있다. 평론가 수준이 딱 그 수준이다.(인상주의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소동 - 평론가들이 혹평함은 물론 관객들이 스틱으로 그림을 훼손하려 해서 스틱이 닿지 않는 천장 밑으로 옮겨 걸었다고 한다.)
###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들은 죠스의 한 장면을 표절(?)하고 있다. 상어가 입을 벌리고 확 달려드는 장면 말이다. 이거 하나 가지고 먹고 사는 거다. 쥬라기 공원이 대표적이다. 상어에서 공룡으로 바뀌었을 뿐 본질이 같다.
그는 72년에 ‘대결(Duel)’이라는 영화를 연출했는데 스필버그의 모든 것은 사실 이 영화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사나이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대형트럭에 계속 쫓기는 내용이다. 그게 전부다. 그냥 쫓긴다.
잘 살펴보면 이 영화의 요소요소에 죠스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비롯하여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들에 죠스가 아가리를 벌리는가 하면 뒤에서 대형트럭이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터번을 쓴 아랍인 수십 명이 신월도를 휘두르며 쫓아오지만 잘 살펴보면 그게 72년의 트럭이다.)
죠스 혹은 트럭, 혹은 공룡.. 모퉁이를 도는 순간 시커먼 것이 확 달려든다.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거다. 내용이 없다. 어쨌든 그것이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70년대 컬러TV의 공습으로 부터 영화시장을 지켜냈고 오늘날 헐리우드의 존립을 가능케 했다.
(컬러TV가 등장하자 영화시장이 붕괴될 판.. 헐리우드는 부활, 십계, 벤허, 클레오파트라 등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으로 돌파하려 했으나 대략 실패.. 스필버그라는 구원투수 등장.. 이건 전에 여러 번 한 이야기.)
스필버그가 없었다면 헐리우드는 컬러TV의 무자비한 공습에 속절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헐리우드=스필버그이다. 스필버그=죠스다. 죠스는 걍 확 덮치는 거다. 그게 전부다. 그게 영화다. TV로는 결코 보여줄 수 없는 것.
늘 하는 이야기지만.. 80년대 한국영화가 부진했던 이유는 한국에 스필버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포는 모퉁이 뒤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먹물 평론가들이 열심히 떠드는 것들.. 그거 영화가 아니라 TV나 소설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거다. 영화를 논하려면 소설로는 절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것, 컬러TV로는 죽었다 깨나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논해야 한다.
조폭마누라가 평론가의 혹평과 상관없이 리메이크 판권은 제일 먼저 팔린 데서 보듯이.. 영화는 다른 거다. 영화를 보는 눈으로 영화를 평가해야 한다. 스필버그로 부터 시작되는 그것.. 어떤 알맹이가 있다.
한국의 평론가들은 아직도 스필버그 이전시대를 살고 있다. 회화로 말하면 인상주의의 등장 이전 아카데미즘이 지배하던 시대를 살고 있다.
혹자는 스필버그가 블록버스터를 만든다 해서 비판하지만 죠스도 알고 보면 저예산 영화다. 대결(Duel)은 그냥 트럭 한 대로 시작해서 트럭 한 대로 끝난다. 암것도 없다. 그런데도 영화가 된다. 그 본질을 포착했느냐다.
###
디워가 흥행할 조짐이다. 또 평론가들 바보 되게 생겼다. ‘나홀로집에 2편’을 연상시킨다. 평론가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그런데 왜 관객들은 나홀로집에 2편을 좋아하지?
그걸 이해못했다면 영화를 논할 자격이 없다. 왜 고흐의 그림값이 그렇게 비싸지? 그걸 모르고는 회화를 논할 자격이 없는 것과 같다.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나홀로집에 속편의 주목할 점은.. 이 인간들이 프로라는데 있다. 존 휴즈와 크리스 콜럼버스.. 이 인간들은 영화의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베테랑인 것이다.
이들은 흥행공식을 완벽하게 터득한 사람처럼..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속설을 깨고 허접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로 좋은 영화 누가 못 만드나? 허접한 시나리오로도 그럭저럭 관객이 드는 영화를 만들 수 있어야 진짜다.
영화의 어떤 본질은 잡아채고 자질구레한 껍데기를 놓치느냐 아니면 껍데기는 그럴듯한데 알맹이가 빠졌느냐다. 그 알맹이를 아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사회성을 반영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그 알맹이라고 믿고 있는데 그건 소설이나 TV에서 먹히는 이야기고 영화는 다른 거다.
한국의 경우.. 대박영화를 만든 감독들도 다음 영화는 죽을 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곽경택은 ‘친구’를 성공시켰지만 아직도 친구의 성공요인을 모른다.
강우석이 ‘마이 뉴 파트너’를 베껴 투캅스를 만들 때는 적어도 뭔가를 알고 베낀 것이다. 그러나 투캅스의 허접한 총격전은 당시 맹위를 떨치던 홍콩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고도 거기서 아무런 교훈도 받지 못했다는 증거다.
투캅스 속편에서는 총격전 장면에 제법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보기에는 여전히 허접했는데 강우석은 아직도 홍콩영화의 진짜 의미를 모를 거다.
홍콩영화에 숨어 있는 서부극의 어떤 느낌(홍콩영화는 서부극을 베꼈고 서부극의 일부는 또 일본 사무라이 영화를 베꼈다.)이 강우석의 총격씬에는 없다. 그렇게 보고도 베끼지도 못하냐? 마이뉴파트너는 잘 베끼면서도 말이다.
###
나는 CG 들어간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을 보는 건 고역이었다. 30분 쯤 보다가 잤는데 시끄러워서 자다가 서른 번도 더 깼다. 그래도 영화가 끝나지 않고 있는 거다. 체감 시간 10시간 이상.. 일행이 있어서 중간에 나올 수도 없고 좁은 극장의자에 앉아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존중해야 한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말이다. 괴수영화는 괴수영화 마니아의 관점에서 비평해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그러나 디워를 논하는 평론가 중에서 그 원칙을 지키는 이는 없더라.
심형래에 대해서는 사실이지 관심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뱀이다. 어쨌든 심형래가 뱀(?)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심형래가 그래도 펭귄흉내나 땡칠이 흉내를 비롯하여 동물의 동작을 잘 관찰하는 재능이 있는데 그 장기가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고질라.. 귀여운 뚱뚱곰이 아닌가. 세상에 누가 고질라 따위를 무서워하겠는가? 그러나 뱀은 본능적으로 무서워하게 되어 있다. 이건 본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유전인자에 각인되어 있는 거다.
언젠가 지방도시의 작은 실내 동물원에서 타조를 본 일이 있는데 저쪽에 있던 타조의 머리가 순식간에 확 날아와 꽂히는 거다. 타조는 목이 기니까. 타조의 긴 목이 인간에게 공포를 줄 수도 있다.
스필버그.. 그에게는 공포를 포착하는 본능이 있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소름이 확 돋고 비명을 꽥 지르는지 안다. 플롯은 불필요. 시각효과만으로 충분히 관객을 긴장시킬 수 있다. 히치코크 다음으로.
괴수영화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주체들은 대략 감정이 없다. 대결의 트럭, 죠스, 공룡, 에이리언, 고질라.. 감정이 없다. (예컨대.. 인간은 대상의 ‘눈’이 보이지 않으면 무서워한다. 심형래가 디워의 눈을 크게 만들었다면 재롱둥이 용가리처럼 귀여워 지고 만다. 눈을 통해서 상대의 감정을 읽으면 무서움이 사라지니까.)
###
문제는 심형래가 디워의 성공요인을 알고 있느냐다. 스필버그는 자신의 성공요인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것을 두고두고 써먹었다. 그의 모든 영화에 Duel과 죠스가 숨어 있다. 그런데 심형래는 이제 코미디를 만들겠다고 한다.
코미디는 국적이 잘 드러나는 영화다. 미국 코미디가 한국에서 안 먹힌다. 찰리 채플린처럼 철저하게 슬랩스틱으로 간다면 몰라도.. 개그로 미국인을 웃기려면 거의 불능이지 싶다.
또 디워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빠르다’는 거다. 뒤뚱뒤뚱 걷는 용가리나 고질라는 빠르기가 불능이다. 속도감을 나타낼 수 없다. 뱀은? 뱀은 빌딩숲 사이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뱀은 생긴 것 자체에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무기에서 용으로의 변신.. 이 점도 중요하다. 트랜스포머의 변신에서 보듯이 인간은 변신에 감격한다. 이 또한 본능이다.
예컨대.. 슈렉의 피오나공주는 끝내 백설공주로 변신하지 않았다. 어떤 다섯 살 소녀는 슈렉의 엔딩장면에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기대하던 변신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이런 식이면 작품의 완성도라면 몰라도 관객에 대한 서비스는 꽝이다.
헐리우드의 해피엔딩 관습은 완성도를 희생시키면서 서비스를 하는 거다. 그 서비스는 ‘변신’이어야 한다. 해피엔딩은 변신의 한 가지 기법에 불과하다. 인간은 언제라도 변신을 욕망한다. 예컨대.. 미녀는 괴로워도 변신이 주제다. 성형이 아니라.
모든 소녀의 꿈은 결혼식이다.(비유다. 오해하지 말기) 결혼 그 자체가 아니라 실은 변신을 원하는 거다. 디워의 마지막 장면은 그러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영화의 어떤 본질을 꿰뚫었다 하겠다.
###
현대 회화는 인상주의로부터 시작된다. 그 이전의 아카데미즘은 성경의 메시지나 그리이스 신화에서 빌어온 고전적 이상주의를 앞세웠다. 그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했느냐가 가치판단의 기준이다.
인상주의는 ‘작가 자신이 주장하는 조형적 질서’를 위주로 한 ‘내적 정합성에의 도달에 성공했는가가 기준이다. 공포영화라면 충분히 무서웠느냐가 기준이다. 다른 건 무시된다. 그래서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은 동양화처럼 여백이 있다. 집중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배경을 치워버린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미학이다. 정통서부극에는 그것이 있다. 서부극의 규칙이 있는 거다. 마카로니웨스턴에도 그것이 있다. 정통 서부극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홍콩영화에도 그것이 있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마니아가 생겨난다.
마니아란 무엇인가? 자기류의 규칙에 심취한 그룹이다. 괴수영화라면 괴수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놓는다. 그것이 작가 자신이 주장하는 조형적 질서다. 그 질서가 내적 정합성에 도달했는가를 완성도로 치는 거다. 그 한 가지 기준을 두고 일관되게 밀어붙였느냐는 거다.
나는 지금껏 한국의 평론가 중에서 이러한 본질을 지적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 작가 자신이 주장하는 조형적 질서가 아니라.. 이와 동떨어진 고전적 아카데미즘의 규칙을 따르고 있더라. 예컨대 누드를 그릴 때는 반드시 여신을 그려야 하고 전신스타킹(?) 입은 것처럼 피부의 윤곽을 희미하게 해야 하고.. 등등의 쓸데없는 규칙. 모네와 마네가 단숨에 깨뜨려버린 규칙. 세익스피어가 무시한 규칙.
문제는 심형래가 과연 심형래 자신이 주장하는 조형적 질서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느냐는 거다. 히치코크는 그것을 몰랐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뛰어난 천재적 직관과 모순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사이코.. 목욕탕이라는 밀실이 주는 공포.. 숨이 막히도록 관객을 조이다가 갑자기 카메라가 휑하게 넓은 공간을 비춰서 우습게 되어버리는.. 그는 천재의 본능을 따라갈 뿐 자신의 성공요인을 자신이 모른다.
스필버그는 그것을 알았지만 히치코크는 그것을 몰랐다. 그래서 한 작품 안에 걸작의 요소와 태작의 요소가 섞여 있다. 디워의 성공요인이 심형래의 직관적인 판단에 따른 일회성의 성공이라면 문제가 있는 거다.
블록버스터의 의미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영화를 만듦으로써 이를 토대로 자본을 유치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있다. 그런데 운으로 성공한다면?
충무로는 아직도 블록버스터 공식을 완성하지 못했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는 속편이 나올 수 없는 영화다. 시나리오가 부실해도 성공할 수 있어야 진짜다. 속편이 무더기로 성공하고 아류작이 덩달아 성공해야 진짜다. 속편과 아류작은 시나리오가 부실할 수밖에 없으니까.
모네와 마네가 포착한 그리고 고흐와 고갱이 포착한 그리고 스필버그와 히치코크가 포착한 영화의 어떤 본질을 포착함으로써 성공하게 된다면 속편과 아류작이 무수히 성공하므로 시장이 전체적으로 확대되지만.. 좋은 시나리오만으로 승부하면 어차피 좋은 시나리오는 일본만화(올드보이, 미녀는 괴로워, 복면달호 등)에서나 빌어올 수밖에 없으므로 한계가 있다. 인구 5천만 안에서 좋은 시나리오의 수는 어차피 제한되어 있다. 이건 답이 없는 거다.
남의 것도 제 것으로 만드는 헐리우드의 왕성한 식욕은 영화의 어떤 본질을 포착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본질을 포착하지 못했다면 삶의 양식에서 현대인이 아니다.
###
좁은 우물 안에 개구리들이 와글대고 있는데.. 밖에서 한 마리 엉머구리가 안으로 풍덩 뛰어들며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대갈일성.. ‘너희들은 왜 비좁은 우물 안에서 그러고 있니? 저 바깥에 넓은 세계가 있다구!’.. 그런데 과연 바깥에 신세계가 있었느냐 아니면 그게 구라였느냐다.
심형래는 충무로 바깥의 신세계를 주장한 거다. 300억을 들여 메이플라워호를 띄운 거다. 이것이 본질이다. 이러한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문과 마인드 버리고 이과 마인드로 보면 보인다.
디워를 보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이건 본격 영화평이 아니다. 영화를 빌어 실은 구조를 말하는 거다. 영화의 관점에서는 디워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구조의 관점에서는 그래도 봐두어야 할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
모든 평론가들이 마네의 올랭피아를 비난했지만 오직 '에밀 졸라'가 올랭피아의 진가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평론가들 중에는 한 명의 '에밀 졸라'가 없다.
"마네는 그림의 수용에서 표피적인 관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림의 테마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마네에게 테마는 단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마네는 살아있는 색채들의 대립과 신선한 금빛을 추구했다, 다소 우연이긴 하지만 '풀밭 위의 식사'에 나체의 여자가 등장하는 것은 마네가 살색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밀 졸라. 1867)"
"심형래는 '표피적인 평론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의식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 심형래에게 플롯은 단지 이무기를 소개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심형래는 시각효과의 긴장감을 살릴 수 있는 역동적인 액션을 추구했다."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n* 세로토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3:14)